"공부기계가 아니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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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2년간 오로지 대학입시만을 위해 강제되고 절제된 생활을 해온 신입생 여러분! 골라잡기와 눈치보기의 아수라장을 잘 견뎌내 서울대의 한가족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13일 하오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 신입생 등 2천여명이 참석한가운데 서클연합회주최「신입생환영회」가 열린다.
기타반주에 맞춰 노랫말을 바꾼 『아 대한민국』을 신나게 불러 흥을 돋우는 「놀이패들」. 농악대의 반주에 따라 『타는 목마름으로』『아침이슬』등 대학가의 시위노래가 신입생들에게 전수됐다.
서클대표의 환영사·서클소개에 이어 벌어진 총연극회의 『교육 풍자극』.
『국어·영어·수학·화학…, 대학입시·출세·명예·공부공부 또 공부…』
『대학얘긴 꺼내지도 마. 이가 갈린다. 아! 내 잃어버린 이팔청춘이여.』(폭소와 함께 힘찬 박수)
『우린 분명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야. 기쁠땐 웃고, 슬플땐 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이란 말이야.』(『옳소』하는 함성)
『우리가 고3이면 문제를 잘찍어 주는 선생님도 필요하지만 교육민주화에 서명하는 선생님은 더욱 필요해』(우뢰와 같은 박수)
교육부조리의 신랄한 비판에 뒤이어 교육행정의 본산「문교부」에 비아냥거림의 화살이 퍼부어진다.
『어제는 학력고사 옹헤야/오날날은 논술시험 옹헤야/내일은 선지원 옹헤야/모레는 본고사 옹헤야/모르겠다 뺑뺑이라 잘들 논다 옹헤야』 연극에 뒤이은 한 사위를 끝으로 3시간에 걸친 홍겨운 풍류마당은 막을 내렸다.
『이 척박한 땀에 진정한 자유와 민주를 위해 다같이 손잡고 하나가 됩시다』
선배대표의 마지막 당부를 뒤로 흩어져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 앞엔 예의 「로마병정」전경들을 태운 버스가 줄을 지어 있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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