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라" "못 낸다"…방범 비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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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파트·상가·기업체에 대한 방범 비 강제징수를 둘러싸고 당국과 주민사이에 공방전이 한창이다.
아파트 등은 자체 경비원을 두고 있어 올해부터 방범 비를 거둘 수 없도록 지난해 11월 치안본부가 관계규정을 바꾸었는데도 일선방범협의회에서는 계속 방범 비를 부과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TV시청료·상하수도료 등과 함께 통합공과금고지서에 묶어 징수, 울며 겨자 먹기로 방범 비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실정.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관리사무소에 몰려가 항의하기 일쑤이며 TV시청료·방범 비·오물수거 료 등을 한 장의 고지서에 통합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태=경비원 1백58명을 두고 있는 서울 대치 동 미도 아파트의 경우 21개 동 2천4백36가구에 가구당 4백∼5백원씩이 부과됐고 경비원 56명의 서울 방배동 삼호 아파트는 13개 동 9백96가구에 평균 2백62원씩이 지난달 부과됐다.
또 90여명의 경비원을 둔 부산 남천 삼익 비치타운 33개 동 3천여 가구에도 가구 당 매월 2백65원씩의 방범비가 부과됐으며 서울 한양쇼핑 측은 경비전문업체에 용역을 주고 있어 방범 비 부과대상이 아닌데도 30개 점포에 월1만∼3만원씩의 방범비가 부과되고 있다.
◇항의=삼호 아파트 관리소장 최무일씨(48)는『관할방범협의회 측에 방범 비 징수가 부당하다고 항의했으나 「아직 지침을 받은바 없다」는 소극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불평했다.
대구시 침산동 삼익 아파트 주민 박화자씨(42·여)는『방범 비를 납부하지 않으려 해도 통합공과금 고지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고 있다』고 말했으며 인근 삼주 아파트 관리소장 허성렬씨(51)는『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라 시 당국이 주최하는 아파트 관리소장 회의에서 시정을 건의했으나 고쳐지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지침=치안본부는 지난해 11월11일 방범 비 부과규정인 자율방범협의회 운영요강을 바꾸었으나 서울시경은 지난해 12월26일「자체경비원이 있는 아파트단지·기업체·상가 등 방범 비 면제대상을 점차 확대할 것」이란 모호한 지침만을 일선 경찰서에 하달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미도 아파트 지역의 방범협의회 측은『경찰서로부터 방범 비를 징수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지 못해 종전대로 받고 있다』고 말하고 주민의 90%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어 아파트가 방범 비 징수 대상에서 제외되면 방범대원을 15명에서 2명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 외곽지대 경비를 위해서는 방범 비 징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서 측은『방범 비 징수는 지역방범협의회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경찰서는 예산집행 등의 감사만 하고 있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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