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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차움 이동모 원장 "길라임은 직원이 만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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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차움의 '시크릿가든'을 찾아나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까지 가려 했다. 하지만 3층까지만 연결돼 있었다. 경호 직원에게 “5층 시크릿가든을 가려 한다”고 하자 "그곳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다"며 막아 섰다. 차움 이동모 원장에게 촬영 양해를 구했다고 했더니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멤버 전용 엘리베이터다. 5층에 내리자 화려한 인테리어가 놀라게 했다. 반팔·반바지 운동복 차림의 사람이 소파에서 신문을 읽고 있다. 피트니스 장에선 5명 안팎의 사람들이 운동에 열중이다.

차움 5층의 야외 공간인 시크릿가든 전경. 바닥에 목재 마루판을 깔았다.왼쪽 유리 건물 안쪽에 피트니스 센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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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과 연결된 복도의 천장이 5층에서 7층까지 뻥 뚫려 있다. 피트니스 장 맞은 편에 시크릿가든이 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섰다. 테니스장 크기다. 건물과 건물 사이 야외 공간을 쉼터로 꾸민 게 시크릿가든이다. 나무 두세 그루가 있고 벤치는 없다. 차움 멤버들이 바람 쐬는 공간이라고 한다.

차움 이동모 원장을 찾았다. 그는 건물 맞은 편 빌라 3층에 있었다.

"VIP들이 애용하는 차움 건물과는 사뭇 다르다"고 하자 "거긴 비싸서 내가 있을 곳이 없다"고 말한다. 집무실 벽걸이형 TV가 눈에 띄었다. 인터뷰를 시작하려 하자 케이블TV 기사가 들어왔다. 이 원장은 "JTBC를 비롯한 언론매체에서 하도 차움을 이렇다 저렇다 보도하길래 TV 좀 보려고 케이블을 설치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차움 건물 맞은편 빌라에서 이동모 원장을 만났다.

5층 '시크릿가든' 이름이 드라마 이름과 같은데.
(직원에게 확인한 뒤) "2010년 차움 오픈 때 이런 이름을 붙였다. 항간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박근혜 대통령의 닉네임이 길라임이라 시크릿가든이라고 지은 것 아니냐고 한다. 차움에서 시크릿가든이라고 지은 뒤에 드라마가 나왔다.”
시크릿가든은 어떤 곳인가.
"차움 5층에 있는 마루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다."

차움 층별 안내도.5층 피트니스존 안에 시크릿 가든이 있다고 표기돼 있다.

최순실을 직접 본 적 있나.
"지난해 3월 차움 원장에 취임했다. 그 뒤로 봤다 해도 몰라봤을 것이다.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당시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 사람을 전혀 알지도 못한다.”
박 대통령이 무료로 시술 받았나.
"일부러 알아보지 않았다. 의료법상 환자의 진료 기밀을 알아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차움에서 주사를 많이 맞았나.
"맞았다. 그건 사실이다. 그런데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는 모르겠다. 여기 와서 맞을 리는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11년 1~ 7월 '길라임'이라는 닉네임으로, 2011년 7월 중순부터 2012년 6월까지 박근혜라는 실명으로 진료 받았다.”
왜 '길라임'이었나.
"김상만(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길라임으로 했느냐’고 물어봤다. 처음엔 (김씨가 차트에) '길라임'으로 표기했다고 한다. 그러다 2011년 7월쯤 당시 차움 원장이 ‘길라임으로 하면 안 된다, 실명으로 해야 한다'고 질책해 박근혜로 바꿨다고 했다.”

이 원장은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오늘(17일) 그 당시 일했던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대선을 앞둔 박근혜 후보에게 혹시라도 누가 될까 봐 차움 직원이 '길라임'으로 썼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실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바꿨다."

박 대통령 본인이 길라임으로 표기된 걸 어떻게 알았나.
"그것까진 나도 모른다. 우리 직원이 임의로 길라임으로 바꿨다면 박근혜 후보를 과하게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난 우리 직원 얘기도 다 믿지 못하겠다. 김상만씨 말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2012년 6월까지 (당시 대통령 후보자 신분으로) 차움에 온 건 확실하다. 당시 박 후보는 IVNT(포도당에 종합 비타민을 넣은 주사제)를 여러 번 맞았고 재활치료도 받았다. 그 무렵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과) 악수를 많이 해서 그랬는지 물리치료도 받았다. 또 운동치료 차원에서 5층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한 것 같다.
대통령이 된 후론 차움에 안 왔다. 왔다는 말은 헛소리다. 차움에 오려면 경호원들이 따라붙을 텐데 여기 직원들이 모를 리 없지 않겠나. 직원들도 취임 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당선 이후에도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신 가져간 게 맞다면 박 대통령이 굳이 여기(차움)까지 와서 주사를 맞을 일이 뭐가 있겠나. 거기(청와대)엔 주치의 밑에 과별로 자문의가 30명씩 있다고 하더라. 여기 나와서 맞을 리 있겠나."
최순실씨가 약을 대리처방 해간 건 맞나.
"처음엔 최씨 비서가 최순실 이름으로 IVNT를 여러 번 처방 받아 가져갔다. 그 비서는 안씨 성을 가진 여자다. 항간엔 안봉근이라는 남자가 가져갔다는데 그건 헛소리다. 여자 비서가 가져갔다. 내가 보기에 최씨 본인이 주사제를 포장해간 사실은 맞는 것 같다. IVNT는 정맥에 놓는 주사다. 차움 간호사가 최씨에게 이 주사를 놓다가 정맥 혈관을 못 찾아서 혈관을 터뜨린 모양이다. 그러니까 성질 급한 최씨가 '내가 아는 간호사가 있으니 그 간호사에게 맞겠다'고 말하고 주사제를 가져갔다고 한다. 차움 건물에 최씨 집이 있으니 맞으려고 가져간 것 같다.
차트에는 환자에게 내주는 처방전 차트, 의사가 기입하는 진단 차트가 있다. 대리 처방이라는 보도가 나와서 처방전 차트를 샅샅이 훑어봤다. '포장'이라고는 표기돼 있었다. (주사제를) 가져간 건 맞다. 그런데 최씨가 맞았는지 박 대통령이 맞았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래서 '대리처방'이 아니라 '대리수령'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JTBC에서 '청' '안가'라는 표기가 있다고 보도해서 진단 차트를 뒤졌다. '청' '안가'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김상만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지 않더라. 어쨌든 이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만약 최씨가 대통령에게 줄 주사제를 청와대로 갖고 가다 간첩이 독극물이라도 섞으면 어떻게 되겠나."
태반주사, 백옥주사, 신데렐라 주사를 박근혜 대통령이 맞았나.
"그건 내가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내가 본 차트에선 거의 다 IVNT였다. 만약 사실을 알아도 밝힐 수 없다. 의료법상 환자 기밀유지 규정에 어긋난다."
박 대통령이 프로포폴 처방을 받았다는 소문이 돈다.
"일반적으로 프로포폴은 위·대장 내시경 검진에 쓴다. 차움은 피부과에서 리프팅 용도로만 쓴다. 한 달에 5개만 사용한다. 그리고 프로포폴은 보건소에서 철저히 관리한다. 최씨가 포장해간 목록에 프로포폴은 없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해당하는 차트도 일부러 찾아봤다. 박 대통령이 오지도 않았다. 세월호 사건 전후 1주일간 차트를 뒤져봐도 최씨 가족 아무도 안 온 걸로 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공짜로 이용했다고 하는데.
"그건 일부러 조사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유도심문에 넘어갈 것 같아 직원들에게 아무에게도 차트를 보여주지 말라 지시했다. 환자 비밀유지 규정상에도 어긋난다. 만약 본인(박대통령)이 나를 고발하려 하면 나는 걸린다. 박 대통령이 차움에 왔다는 걸 이미 알렸기 때문이다."
차움이 특혜를 받았다는데.
"언론이 묘하게 엮고 있다. 차움이 박대통령에게 금전상 이익을 준 대가로 특헤를 받았으면 뇌물죄로 엮으려는 것이다. 그땐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었는데 차움이 굳이 잘 보일 이유 없었다."
박 대통령이 연회비를 내지 않았다던데.
"회원이 아닌데 연회비를 왜 내겠나. 최씨 자매도 모두 회원이 아니었다. 여기는 병원이다. 병원은 돈이 없어도 와서 진료해달라고 하면 진료해야 한다. 의료법상 환자를 거부하지 못한다. 시술비 한 번도 안 냈다는 것도 헛소리다. 소설이다."

글·사진=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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