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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영복, 엘시티 기공식에 ‘청담동 계원’들도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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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영복

이영복

이영복(66·구속·사진) 청안건설 회장과 최순실(60·구속)·순득(64)씨 자매 등과 함께한 계모임 회원들이 2013년 10월 부산 엘시티(LCT) 기공식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목 아닌 로비 창구 활용 가능성
계원 “최순실도 있었는지 기억안나
3개 소모임서 매달 곗돈 9억 타가
1억원이라는 계주 해명은 거짓”

수년간 이 계모임에 함께 참여해 온 복수의 계원은 “3년 전 엘시티 기공식을 한다며 이 회장이 계원들을 초대했다. 계주 김모씨 등 여럿이 1박2일 일정으로 엘시티 오프닝 행사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계원들 사이에는 이 회장의 엘시티 사업이 화젯거리였다”고도 했다. 계원 A씨는 “기공식은 최순실씨가 계모임에 참여한 뒤에 있었던 행사지만 최씨도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중국건축고분유한회사(CSCEC)와 엘시티 시공 계약을 체결한 뒤 열린 이 기공식에는 허남식 부산시장, 배덕광 해운대구청장을 포함해 정·재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엘시티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기원하는 세리머니 성격을 갖는 기공식에 계원들을 초대했다는 것은 이 회장이 이 계모임을 단순히 친목 도모가 아닌 로비 창구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높여 주는 대목이다. 계원 A씨는 “계모임을 통해 한 달에 최소 9억원의 곗돈이 지급됐다”며 “매달 지급된 계금이 1억원에 불과하다는 계주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계주 김모(76)씨는 지난 16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계원은 총 25명이고, 계원 한 명당 한 달에 400만원씩 모아 1억원의 곗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에 따르면 이 계모임은 3개의 소(小) 계모임으로 구성돼 있었다. 매달 2·12·22일에 3억원씩, 한 달에 총 9억원의 곗돈을 계원들이 순번대로 타 갔다고 한다. A씨는 “계원 한 사람당 매달 1200만원을 내는 구조”라며 “후순번으로 곗돈을 받는 계원의 경우 3억원에 더해 2년간 이자까지 붙기 때문에 최소 4억원의 곗돈을 타게 된다”고 말했다.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17일 정기룡 부산시 경제특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010년 말부터 2013년 여름까지 엘시티 사업 시행사인 엘시티AMC의 사장을 역임한 정 특보는 이후 서병수 시장 캠프에 합류했다가 부산시 경제특보에 임명됐다. 정 특보는 현재 사의를 밝힌 상태다. [부산=송봉근 기자]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17일 정기룡 부산시 경제특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010년 말부터 2013년 여름까지 엘시티 사업 시행사인 엘시티AMC의 사장을 역임한 정 특보는 이후 서병수 시장 캠프에 합류했다가 부산시 경제특보에 임명됐다. 정 특보는 현재 사의를 밝힌 상태다. [부산=송봉근 기자]

이 회장은 엘시티 분양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6월 곗돈을 탔다. 이후 이 회장은 지난 8월 검찰 수사의 칼날이 조여 오자 잠적해 도피생활을 해 왔다. 검찰은 곗돈이 도피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이 회장과 최씨 자매가 같은 계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검찰은 이 회장이 국내 금융사들과 1조7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금융대출 약정을 체결할 당시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계모임과 관련된 의혹이 커지자 부산지검 엘시티 수사팀은 17일 오전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계주 김씨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해 계모임 장부와 통장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자주 드나들던 서울 청담동의 M유흥주점과 이 주점 사장 박모씨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은 계모임에 가입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최순실씨에 대한 청탁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며 “압수물 분석을 통해 계의 성격과 운영방식 등을 확인·조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은 엘시티 사건과 관련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내사를 벌였다고 한다. 특별감찰관실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현 전 수석이 경찰 인사 청탁과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가 있어 자료 수집에 나섰으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건이 터지면서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전 수석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엘시티 비리에 연루됐고 청와대 정무수석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도 입수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글=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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