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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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자가 뭐야. 아무것도 없다는데 왜 자꾸 올라가려는 거야.』
1일 낮 12시10분쯤 민통련주관 박종철군 추모대회가 열리기로 예정된 서울장충동 분도빌딩 현관 입구.
대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사무실주위를 에워싼 50여명의 사복경찰.
취재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기자와 이를 막는 경찰의 밀고당기는 승강이가 벌어졌다.
『야 끌어내』명령이 떨어지자 사복 체포 조 10여명이 달려들어 취재기자의 양팔을 등뒤로 꺾어 올리고 발로 등을 차며 무조건 밖으로 끌어냈다.
『기자요』 고통을 참고 내뱉는 외침은 맥없이 허공을 맴돌았다.
기자를 폭행하던 경찰은 무조건 철창이 둘러쳐진 닭장(호송버스)으로 처넣었다. 곤욕을 치른 기자가 풀러난 것은 10분 뒤.
『운동화에 청바지차림이어서 운동권 학생으로 착각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경찰책임자가 늘어놓는 변명.
『교육을 시켜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경찰의 말은 박종철군 고문치사 때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만큼이나 믿기 어려웠다.
같은 시간, 경찰은 민통련관계자들의 연행을 항의하는 부녀자들까지 무차별 연행했다.
『꼬마는 두고 여자들만 차에 태워』
경찰은 5살짜리 아들을 등에 업은 부인이 남편의 연행을 항의하자 어린이를 떼어놓고 강제로 차에 태웠다.
철창사이로 비치는 엄마를 보고 발버둥치는 꼬마의 울음소리가 뭇매에 멍든 기자의 고통보다 더 아프게 가슴을 찔렀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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