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속공의 조화|양-현 조 서로의 약점보완…스테레오전법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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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환상의 콤비」가 마침내 큰일을 해냈다.
한국여자탁구의 쌍두마차 양영자(23·제일모직)와 현정화(현정화·18·부산 계성 여상 3년)-이들이 엮어내는 완벽한 율동의 조화는 세계정상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양의 파워드라이브와 현의 칼날같은 속공이 잘 어우러져 무서운 위력을 발한 것이다.
이들이 같이 복식조를 이루게된 것은 지난해 3월 제1회 탁구최강전이 끝난 뒤부터.
83년 동경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뒤 국내 탁구여왕으로 군림해온 양과 84년 영국주니어오픈대회 4관왕에 오른 현은 제1회 탁구 최강전에서 첫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접전 끝에 양의 승리. 이 경기를 지켜본 탁구인 들은 『이 두 선수로 복식 조를 만들었으면…』하는 희망을 나타냈다.
상반된 경기스타일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
양이 대 스타임에는 틀림없었으나 혼자 힘으로 중공의 벽을 깨기엔 너무나 벅찼다.
양은 그동안 수 차례 세계도전을 강행, 과도한 체력소모로 간염의 수렁에 빠져들었고 수없이 반복되는 근치→재발의 악순환으로 한국탁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여기에 현이 가세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현은 훌륭히 자기 몫의 단식경기를 잘 치러낼 수 있는 선수. 따라서 단체전에서 양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다. 이때부터 탁구 계에선 양과 현의 복식조 양성에 전력을 기울였고 두 선수는 5년이란 나이 차를 뛰어넘어 서로를 자신처럼 느끼게됐다.
홀어머니 슬하의 가정형편, 독실한 기독교신자라는 많은 공통점과 함께 양의 너그럽고 다정한 성품, 현의 싹싹하고 구김살 없는 성격으로 둘은 바로 융화됐다.
코칭스태프는 합숙 시 같은 방을 쓰게 하고 외출도 동행시키는 등 많은 배려를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해 9월 아시안게임과 이번 대회에서의 우승으로 이어졌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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