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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가려진 시간' vs '신비한 동물사전' 판타지 맞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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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가려진 시간

감독 엄태화
출연 강동원, 신은수, 이효제, 김희원, 권해효, 엄태구, 김단율, 정우진
각본 엄태화, 조슬예 제작 곽신애
촬영 고락선 편집 김창주
미술 조화성 음악 달파란
장르 드라마, 판타지
상영 시간 129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1월 16일

줄거리 섬에 이사 온 열세 살 소녀 수린(신은수)은 ‘이 세상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그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받던 그에게 성민(이효제)이 친구가 돼 준다. 성민과 그 친구들을 따라 근처 발파 현장을 구경하러 간 수린은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고, 다른 아이들은 행방불명된다. 사람들은 수린의 말이 “황당무계하다”며 믿지 않는다. 그때 수린 앞에 자신이 ‘성민’이라는 성인 남자(강동원)가 나타난다.

별점 ★★★ “한 번만 믿어 주세요!” 수린이 극 후반 결정적인 대목에서, 아이들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백기(권해효)에게 절박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외치는 말이다. 그 말 그대로다. ‘가려진 시간’의 목표는 현실의 눈으로 믿기 어려운 수린의 이야기를 관객이 믿게 만드는 데 있다.

열세 살 수린과 성민이 이야기를 끌어 가는 이 영화의 앞부분은 성공적이다. 산속 아지트에서 둘만의 특별한 우정을 키워 가는 사춘기 소년·소녀의 애틋한 감수성, 발파 현장을 보기 위해 산길을 헤매는 개구쟁이들의 귀여운 모험이 눈길을 끈다. 그 순수한 진심을 말갛게 드러내는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 깊다.

문제는 정작 자신을 성민이라 말하는 성인 남자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어른이 되도록 “기이한 시간에 갇혀 있었다”는 그는, 수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한다. 처음에 그의 말을 믿지 못하던 수린은, 자신이 성민과 둘이서 주고받았던 특별한 물건을 그 남자가 전해 주자 그를 믿기 시작한다. 정작 거기서 이 영화가 관객에게 그 남자가 성민이라는 점을 설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그 물건이 아니라 ‘눈빛’이다. 혼자 보낸 십수 년의 시간 동안 수린을 그리워했던 눈빛, 열세 살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시간을 앞질러 어른이 돼 버린 사람만이 지닐 법한 눈빛 말이다. 뭔가 오묘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내비쳐야 할 그 눈빛을 이 영화는 보여 주지 못한다. ‘가려진 시간’의 판타지가 ‘진실’로 다가오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다.

과연 이 영화가 그 모든 판타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려 한 것이 무엇이었느냐 하는 점도 분명하지 않다. 수린과 그 남자, 둘만의 애틋한 우정과 사랑을 그리는 것을 넘어, 수린이 세상을 향해 ‘믿어 달라’고 울부짖을 때 그 외침의 대상은 무엇인가. 순수함을 잃어버린 세상을 향한 외침이라기엔 애매하고, 현실 사회에 대한 특별한 비유로 보기엔 구체적이지 않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신비한 동물사전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출연 에디 레드메인, 콜린 패럴, 댄 포글러, 에즈라 밀러, 캐서린 워터스턴
장르 판타지, 모험 상영 시간 132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1월 16일

줄거리 1926년 미국 뉴욕, 정체불명의 존재가 도시 곳곳을 붕괴시킨다. 마녀 사냥을 부르짖는 인간들이 나타나고, 위기에 처한 미국 마법 사회는 서둘러 이 ‘검은 존재’를 추적한다. 한편 아무것도 모른 채 갓 뉴욕에 도착한 영국 마법사 뉴트(에디 레드메인)는, 자신이 세계 각지에서 구조한 신비한 동물들이 마법의 옷 가방에서 탈출하자 뒷수습하느라 진땀 뺀다.

별점 ★★★☆ 불과 5년 전까지 매해 크리스마스 시즌 선물처럼 개봉했던 ‘해리 포터’ 시리즈(2001~2011)의 감흥 그대로다. 이 시리즈의 스핀오프 신작 ‘신비한 동물사전’은 원작 소설가 조앤 K 롤링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첫 영화. 1997년 영국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처음 펴냈을 때부터 지금까지, 20년간 한결같이 사랑해 준 팬들에 대한 그의 ‘연애편지’ 같기도 하다. 그렇게 느껴지는 건 뉴트의 모험에 휘말리는 인간 남성 제이콥(댄 포글러)의 이례적 존재감 때문. 마법과 무관한 인간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전작에서 없던 일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제이콥은, 말하자면 ‘신의 한 수’와 같은 캐릭터다. 원치 않은 일상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지만, 독특한 새 친구 뉴트와 마법의 동물들을 주저하지 않고 돕는 용기와 상상력도 갖고 있다. 아저씨 같은 외모만 제외하면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팬들이 자신과 동일시할 만한 자질을 모두 갖춘 셈. 수줍음 많은 주인공 뉴트를 대신해, 관객을 그와 신비한 동물들의 세계로 바짝 끌어당기는 것 또한 이 사려 깊은 친구, 제이콥의 몫이다.

흡인력을 발휘하는 또 하나의 축은 뉴트의 가방에서 쏟아져 나온 신비한 동물들이다. 2001년 발간된 동명 원작에서는 분명 위험천만하게 소개됐던 종(種)들도, 이 영화에서는 하나하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진다. 5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7)부터 내리 네 편의 ‘해리 포터’ 영화를 연출한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 그는 전편에 나왔던 히포그리프 같은 동물도 더욱 정교한 CG(컴퓨터 그래픽)로 재탄생시켰다. 각 종의 특성에 맞춤한 소동극을 롤러코스터 타듯 펼쳐 낸 솜씨는 원작자 롤링답다. 다만 새롭게 선보이는 요소들에 치어, 극의 전개에 결정적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할 ‘검은 존재’의 스토리는 다소 짓눌린 인상을 준다. 악당의 정체 또한 시리즈를 지켜봐 온 팬이라면 동어 반복적이라 느낄 수 있겠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연애담

감독 이현주 출연 이상희, 류선영
장르 멜로, 드라마 상영 시간 99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1월 17일

줄거리 졸업 전시 준비로 바쁜 미대생 윤주(이상희)는 지수(류선영)와 우연히 마주치고, 지금껏 남자들에게서 잘 느끼지 못했던 설렘을 맛본다. 연인이 되어 누구보다 행복하게 연애하는 두 사람. 지수가 인천 집으로 들어가면서, 그 사랑도 변하기 시작한다.

별점 ★★★☆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연애하고, 마음이 엇갈리는 과정에서 두루 거치는 온갖 감정이, 특히 윤주를 연기하는 배우 이상희의 생생한 표정을 통해 선명하게 다가온다. 수많은 한국영화가 극적 사건과 강렬한 반전에 사로잡힌 지금, 이 영화는 첫 장편부터 미묘한 감정의 결을 차분하게 그려 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현주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 둘 만하다. 견딜 수 없이 괴롭지만 그만큼 쉽게 끊어 낼 수 없는 ‘연애’라는 관계의 정수를 포착한 마지막 장면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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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에타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엠마 수아레스, 아드리아나 우가르테, 다니엘 그라오, 인마 케스타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1월 17일

줄거리 줄리에타(엠마 수아레스)는 남자친구와 스페인 마드리드를 떠나려다 우연히 딸의 친구 베아(미셸 제너)를 만난다. 마드리드에 남기로 한 그는 홀로 딸 안티아(블랑카 파레스)와 함께 살았던 옛 아파트 건물로 돌아간다. 열여덟 살에 집을 떠난 뒤 연락 두절된 딸에게 자신이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은,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별점 ★★★☆ 누구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줄리에타’는 그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으며 시작된다.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중년 여성 줄리에타에게는 딸이 있다. 그리고 그는 딸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게 됐을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영화는 시간을 되돌려 젊은 줄리에타(아드리아나 우가르테)가 후에 남편이 될 소안(다니엘 그라오)을 만난 순간으로 간다. 그때부터 크고 작은 비밀들이 조금씩 ‘줄리에타’라는 여인의 삶을 채우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미스터리한 일을 직면한 인물의 얼굴을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의 이면을 포착해 왔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그는 ‘줄리에타’를 통해 비슷한 모양으로 반복되는 여성의 삶과 ‘모녀(母女)’라는 질긴 인연을 좇는다. 거장이 그리는 모성은 그저 위대하거나 고귀한 것이 아니다. 배우 아드리아나 우가르테와 엠마 수아레스는 줄리에타의 20~30대와 40대 이후를 나누어 연기한다. 그들은 줄리에타를 ‘여성이자, 어머니이며, 불가해한 삶과 맞서는 강하고도 약한 존재’로 생생히 살아 있게 만드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 준다. 거장 감독 알모도바르의 인장보다 줄리에타라는 여인의 삶이 영화 속에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유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편지 형식의 제작기에서 “관객이 이 영화를 두 번 본다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삶은 두 번 살 수 없고,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영화는 다시 볼 수 있다. 그러니 알모도바르 감독은 관객이 영화를 통해서라도 ‘삶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아주 작은 힌트’를 얻길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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