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압박 나선 대우조선 채권단 “이번 주내 자구계획 동의서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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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고통분담에 동참하라”며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14일 대우조선 노조에 “이번 주까지 자구계획 동의 확약서(파업금지·인력감축)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본확충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통보했다.

“자본확충 백지화, 법정관리 검토”
임종룡 “노조도 손실 분담해야”

채권단 관계자는 “노조가 버티면 대우조선은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가 구조조정에 동의해야 지난주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결정한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집행하겠다는 취지다.

채권단은 애초 8일까지 확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대우조선 노조가 “살생부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다”며 버티면서 기한을 넘겼다.

임종룡(사진)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업 구조조정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채권단이 자본확충에 나서고 주주들이 차등감자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노조도 손실 분담을 해야 한다”며 “노조가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대우조선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노조가) 수주 급감으로 영업손실이 누적되는 대우조선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는 대우조선이 자본확충을 받더라도 강력한 자구계획이 실행되지 않으면 경영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채권단은 2018년까지 대우조선의 건조 능력을 30% 감축하고 직영 인력도 41%(5500명)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1만2500명인 직원을 8000명 수준으로 줄이고, 매출 규모도 15조원(2015년)에서 절반 이하인 7조원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더구나 연말까지 자본확충을 통해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대우조선은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다. 채권단 측은 “상장폐지가 되면 국제신인도 하락으로 신규 수주가 어려워져 회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 측은 “이미 1000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상황에서 채권단의 일방적인 추가 인력·설비 감축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조가 확약서를 제출할 경우 산은과 수은은 18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안을 의결한다. 25일엔 대우조선 주주총회를 열어 대주주인 산은의 일부 지분 소각과 일반주주 지분의 10대 1 감자(減資)를 확정한다. 한편 대우조선은 3분기 매출 3조531억원과 당기순손실 2382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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