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구속된 부산 마당발 이영복 “죽을 때까지 아무 말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엘시티 실질 사주 이영복 회장이 12일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부산지검에서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엘시티 실질 사주 이영복 회장이 12일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부산지검에서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엘시티) 개발 사업을 하면서 수백억원대 횡령·사기 혐의로 12일 부산지검에 구속된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이 “죽을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측근 “로비도 리스트도 없다더라”
검찰 “비자금 혐의만 10여개” 자신감

1998년 ‘부산판 수서사건’이라 불리는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사건 때처럼 로비설과 정·관계 인사 압력설이 난무했지만 이 회장이 끝까지 입을 다물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침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지난 12일 예정됐던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회를 전격 포기했다.

한 측근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정·관계 등에) 로비한 것 없고 리스트도 없다. 죽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의 한 변호인은 기자에게 “골프와 식사·술 접대는 했지만 비자금은 한 푼도 없고, 로비를 위해 뭉칫돈을 준 적도 없다. (이 회장이) 검찰에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엘시티 인허가 비리에 대해서는 “자치단체(부산시)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랜드마크’를 세우고 싶어하고 경제성을 따지다 보니 아파트를 허가하고 건물 높이를 높여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이 허위용역 계약을 체결하거나 용역대금을 부풀리고, 일하지 않은 직원을 근무한 것처럼 꾸며 회삿돈 500억원대를 빼돌린 혐의(횡령·사기 등)를 적용해 구속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그동안 회사운영 등 사업을 위해 대여금으로 쓴 빚이 1500억원인데, 엘시티 개발이익 3000억원을 받으면 해결될 문제였다. 검찰이 좀 기다려 줬으면 다 정리됐을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변호인이 전했다.

이 회장이 로비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관련 리스트도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앞으로 검찰이 계좌추적으로 결정적 로비 증거를 찾거나 내부고발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관련 혐의가 10가지가 넘는다. 상당수는 본인이 시인하고 있고 일부 부인하는 부분도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이 회장은 98년 11월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사건으로 수배령이 떨어지자 도피했으나 2년 만에 자수했다. 다대·만덕 사건은 이씨가 93년부터 96년 2월까지 사하구 다대동 임야(자연녹지) 42만2000㎡를 사들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주거용지(대지)로 용도변경 받은 사건이다.

배임·횡령 등 9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2002년 10월 항소심에서 상당수 혐의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결국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는데 가장 주목됐던 정치권 로비 혐의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시 로비설과 압력설에도 끝까지 입을 다물었던 이 회장에 대해 부산 지역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이니 돈을 받아도 뒤탈이 없다”는 말들이 돌았다.

부산=황선윤·윤정민 기자 suyohwa@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