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선두 울산 '거미손' 서동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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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골키퍼 서동명(29.1m96㎝.사진)이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네경기에서 울산의 골망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울산은 성남 일화를 제치고 K-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올시즌 서동명의 방어율은 0.77. 골키퍼들이 꿈에도 그리는 0점대 방어율이다. 이는 이운재(수원 삼성.1.04)나 김병지(포항 스틸러스.1.05)보다 앞서는 기록이다. 31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서동명을 만났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가장 좋은 플레이인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오래 못했나. (웃음) 최인영 코치는 늘 '수비수를 이용해 볼을 막으라'고 주문한다. 나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국가대표 주전에 대한 욕심은 없나.

"국가대표에 대한 미련은 완전히 버렸다. 불러도 가고싶지 않다. 올해 한.일전을 앞두고 국가대표에 소집돼 처음으로 파주 NFC에 갔었다. 역대 주전선수들 사진이 벽에 걸려있더라. 그런데 96 올림픽대표 골키퍼 자리에 이운재 사진이 걸려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상무 제대 후 전북 현대로 갔다가 지난해 울산으로 왔는데.

"2002년 조윤환 감독이 전북에 오면서 이용발 선수를 데리고 왔다. 팀에 주전 골키퍼가 있는데…. 당시 몸도 좋지 않은 데다 신임 감독과도 맞지 않아 울산행을 택했다."

-당시 주전 경쟁에서 이용발에게 밀렸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그 말만 들으면 지금도 화가 난다. 어떤 누구와 경쟁했어도 당시 주전 골키퍼 자리는 내것이었다. 당시 상황을 모르는 기자가 상상해 쓴 '작문'에 지나지 않는다."

-2000년에 필드골을 기록한 적도 있다.

"코너킥 같은 세트플레이를 할 때면 늘 달려가 헤딩을 하고 싶다. 필드 플레이어로 뛸 생각은 없지만 지금도 코너킥 상황이 되면 벤치를 한번씩 바라본다."

서동명은 최근에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유는 4년간 사귀어온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것. 서동명은 사진과 여자친구 이름만 남아있는 문자메시지 목록을 들어보이며 연신 웃었다. 서동명이 요즘 들어 부쩍 힘을 내고 있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울산=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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