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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예상했던 결과 아니다" "미국판 브렉시트" 각국 정부반응

중앙일보

입력

8일 나온 미국 대선 결과에 전세계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각국 외교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럽은 강한 충격을 받았다. ‘미국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여겼다. 전통적 우방인 유럽연합(EU) 지도부는 트럼프 당선자에게 조속한 시일 내 유럽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공동 명의의 서한에서 “EU와 미국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만 이슬람국가(IS)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기후변화, 난민문제 등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나 자유무역협정에서 오마바의 노선에 비판적이었다. 또 안보에선 고립주의적 성향을 보였다. 정상회담 제안은 EU 차원의 우려감에서 비롯됐다.

프랭크-발터 스타인마이어 독일 외교 장관은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나나 독일 국민이 바랐던 결과는 아니다”라며 “EU 외교장관들이 모여서 관련 논의를 하자”고 했다.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해 트럼프 당선 축하편지는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현지 라디오 RTL은 보도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당선 수락연설 직후 “미ㆍ러 관계를 복원하길 바란다”며 축하메시지를 띄웠다.

유럽의회 의원으로, 올 6월 브렉시트를 이끌었던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패러지 당수도 트위터에 "(트럼프가) 용감하게 캠페인을 치렀다"며 "당선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 대표이자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행이 유력한 마린 르펜은 “미국 새 대통령인 트럼프와 자유 미국인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이자 국민전선의 전 대표인 장-마리 르펜은 “오늘은 미국이며 내일은 프랑스”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의 대이변에 중국은 신중하게 반응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의 새 정부와 함께 중ㆍ미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된 발전을 지속하도록 추진하고 양국과 전 세계인들이 행복해지도록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질문에는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건설적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라며 유관 당사자들이 함께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당선 쇼크에 따른 주가 하락과 엔화 강세를 점검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한편 미일동맹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파장 최소화에 나섰다. 트럼프는 미일동맹 구조조정을 예고해왔으며 TPP에 반대하고 있다.

아베 신조( 安倍晋三)총리는 이날 당선 축하 메시지를 통해 “미일동맹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에 협력해나가는 ‘희망의 동맹’”이라며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손을 잡고 여러 과제에 함께 대응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ㆍ중의원 의원)총리 보좌관에게 조기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관계자들과 면담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14일 방미할 예정이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시아ㆍ태평양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연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TPP에 대해선 미국의 현 행정부와 당선자 측에 조기 발효를 촉구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아베 내각은 이를 위해 지난주 일본내 비준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주 관련 법안이 중의원 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도쿄ㆍ런던ㆍ베이징=오영환ㆍ고정애ㆍ신경진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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