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에 마을회관 판 돈 일부 주민 나눠…제주 해안도로 마을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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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두동 신사수 마을회 일부 주민들이 마을 공동재산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게 매각한 뒤 대금을 나눠가져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신사수마을회는 “복지회관 용으로 지어진 2층 규모의 건물과 토지를 지난해 백 대표에게 20억여 원에 팔았다”고 밝혔다.매각대금은 지난해 5월 10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전 마을회장인 김모(50)씨 명의의 개인 통장으로 입금됐다.

김 전 회장 등 마을회 주민 10명은 같은 달 18일 각각 1억 원씩 모두 10억 원을 나눠가졌다. 나머지 10억 원은 마을 수익사업을 위해 발생한 주민들의 채무 변제에 썼고 건물 매각에 필요한 양도소득세와 법무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마을회 측의 설명이다.

신사수 마을은 제주시 용담해안도로에서 도두항으로 향하는 해안도로 중간에 위치했다. 마을포구 30m 인근에는 제주시 하수처리장이 있다.

해당 건물과 토지는 지난 1998년 제주시 하수처리장 2차 확장으로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제주시가 보조금 5억1000만원을 들여 마을회에 소유권을 줬다. 건물은 제주시가 98년 3억4400만원을 들여 연면적 430㎡로 지었고, 공유지인 토지 992㎡는 2000년 제주시가 준 보조금 1억6600만원으로 마을회에서 매입했다.

마을회는 2004년 당시 마을회장이었던 김모씨에게 건물과 토지를 매각했다. 하지만 제주시에서 “제주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 교부 목적을 무력화 시켰다”고 주장하며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신청을 냈다.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2005년 마을회 공유재산으로 환원됐다.

그 이후 10여 년만에 다시 마을회관 매매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마을회 관계자는 “법무사를 통해 복지회관을 매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들었기 때문에 진행했다”며 “올해 여름 매각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경찰이 조사를 했는데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매각대금을 일부 주민에게 분배한 이유에 대해서는 “98년 하수처리장 증설 이후에 이주한 주민들에게 매각대금을 분배하는 건 마을회 차원에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보상 차원에서 원주민 회원 10가구에게 분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을 나눠 받지 못한 마을의 다른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근 주민은 “나도 2005년부터 이곳에 사는 사람이다. 돈을 받고 안 받고가 문제가 아니라 공유재산을 이렇게 함부로 처리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마을회 관계자들은 주민들이 제기한 불만과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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