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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추방 범국민운동을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고문을 추방해야된디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고문근절대책공청회」가 대한변협(회장 김은호)주최로 27일 하오4시 서울당주동 변호사회관 1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공청회 1부에서는 서울대자민투사건으로 구속됐던 이왕준군(23·서울대의대 본과2년)과 서노련사건의 유시주양(26), 전민노련사건 이태복씨의 모친 이정숙씨(64)등 4명이 나와 고문사례 보고회를 가졌다.
2부는 황인철변호사 사회로 함세웅신부등 6명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가졌다.
공청회에서 제시된 고문근절대책과 고문피해사례 발표를 지상 중계한다.
◇고문근절대책
▲이우원교수(서울여대)=박종철군사건에서 고문경관을 수감할때 20여명의 바람잡이까지 동원하고 피의자 입회없이 현장검증을 실시하는등 이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해준것은 정부에 과연 고문근절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한다.
고문행위는 낱낱이 고발하고 폭로하는등 고문을 용납하지않는 풍토가 조성돼야하며 세계적인 인권기구와도 협력해나갈 필요가 있다.
▲김중배씨(동아일보 논설위원)=앱네스티는 과거 군정하의 그리스를 예로들어 『그리스 고문추방은 군정이 종식돼야 종결된다』는 처방을 내린적이 있다.
고문추방운동이 시민운동·범국민운동으로 전개돼야 한다는데 동조한다.
이는 고문추방운동이 민주화운동이자 민주정권 수립운동이며 제2의 건국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권을 선출할수 있고 만일 비인도적 처사가 있을때 우리 손으로 이를 교체할수 있게 된다면 적어도 사법적 고문과 구분되는 정치적 고문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자유로운 언론의 고발이며 비판활동이다. 민주시민운동의 조직적 확산도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함세웅신부=「아우구스티누스」는 국가를 『정의에 기초하지 않으면 강도집단』이라고까지 규정했다.
이번 박군사건은 사법부를 비롯, 입법부·행정부 모두가 제기능을 못해 일어났다.
특히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고문을 당했다고 수없이 주장해왔지만 이를 외면해버린 법원과 검찰은 더욱 반성해야한다.
고문추방을 위해 정치성을 배제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고문근절 상설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순수한 신앙운동· 민간운동이어야하므로 야당의 참여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김일수교수(고려대)=우리는 국민학교때부터 일본을 증오하도록 배웠고, 공산주의자들을 증오하도록 교육받아왔다. 이와함께 6·25의 참상등우리 민족사에 뿌리박고 있는 비인간성을 청산하고 참다운인간성 회복을 위해 모두가 참회하고 노력할때 고문을 근절시킬수 있다.
이같은 개인각성에서 고문추방을 의한 참다운 시민운동이 전개될수있는 것이다.
▲채광석씨(문학평론가)=법률가·언론인·교직자·문화예술인등 고문의 잠재적 피해자라 할수 있는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기구의 설치가 바람직하다.
이는 이같은 기구가 민주화운동의 토대로 탄생되지 않을경우 일시적인 고문완화운동으로 그칠 우려가 있기때문이다.
고문의 범위를 넓게 잡는다면 공해·강제철거·저임금·농산물가격폭락·언론자유침해등까지도 이에 포함될수 있으므로 고문추방운동은 바로 민주화운동이라 할수 있다.
▲김상철씨(변호사)=현시점에서 수사과정의 변호인입회권리확보가 시급하지 않다.
이는 이번 박군사건을 외형적인 제도논리로 전환시켜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국민운동전개가 필요하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인권침해조사 특별위원회」와같은 상설기구를 설치, 고문방지를 위한 감시체제의 확립이 시급하다.
이와함께 재판과정에서 피의자의 자백이 불법구금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날때 이를 과감히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등 사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문사례발표
▲이왕준군=자민투사건 수배자로 지난해 5월 박군을 고문치사케한 강진규경사(구속중) 등 4명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채 서울남영동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 연행됐다.
옷을 벗기우고 경찰관 2∼3명으로부터 다른 학생들과 진술이 일치하지 않다고 90분동안 구타및 물고문을 당했다.
▲유시준양=지난해 5월6일 하오11시쯤 서울잠실동 친구 아파트에서 차에 태워져 어디론가 끌려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몽둥이로 무차별 구타를 당했으며 함께 연행됐던 서모양은 그자리에서 실신까지 했다.
수사관들은 양손을 묶고 팔을 무릎위로 끼우게 한뒤 그사이에 막대기를 끼워 의자와 의자사이에 매달았고 얼굴에 수건을 씌운뒤 물을 부었다. <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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