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728명 “대통령 자격 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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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헌정 유린 사태를 염려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이 7일 교내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헌정 유린 사태를 염려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이 7일 교내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서울대 교수 700여 명이 최순실(60·구속)씨의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시국선언을 했다. 서울대 교수(2200여 명) 세 명 중 한 명에 육박하는 숫자다.

전체 교수 중 30% 시국선언 참여

조흥식 서울대 교수협의회장 등 ‘헌정 유린 사태를 염려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소속 728명은 7일 오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우리 국민은 현 정권이 단순히 비리와 부정부패에 물든 정도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가장 기본적 질서마저 유린하고 파괴했음을 깨닫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헌정 질서를 수호할 자격을 상실했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 뗄 것 ▶검찰이 헌정 질서 파괴와 비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 ▶새누리당 지도부 사퇴 ▶검찰 수뇌부 전원 교체 ▶검찰 개혁 등을 요구했다. 이어 시국선언 교수들은 서울대 학생들과 함께 교내 4·19 추모비까지 행진했다.

이번 시국선언 동참자 수는 2008년 대운하 반대(381명), 2014년 세월호 진상 규명 촉구(204명),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313명) 등의 교수 참여 시국선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유용태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서울대 개교 이래 최대 인원이 참여한 성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시국선언문에는 일부 교수들의 지적에 따라 하야·탄핵 등 정치적 용어를 넣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추후 시민단체들의 대통령 퇴진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다른 학교들에 비해 다소 늦게 나왔다. 조흥식 교수협의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시국선언을 준비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사건 등 서울대 교수들이 불미스럽게 연루된 일에 대한 내부 성찰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교수협의회는 오는 15일 시국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는 내부 인사뿐 아니라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장 등이 참석한다.

체육시민연대 등 체육 관련 단체 회원 592명도 이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해 나라를 망친 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그동안 스포츠는 국위 선양이라는 미명 아래 정권에 복무하고 시민을 호도했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놀아났다. 정유라·장시호씨, 문화체육부의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 고영태씨 등을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가에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11·10 동맹휴학을 제안합니다’라는 제안문이 학내 대자보와 유인물, 온라인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글=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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