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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 정상화돼야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임시국회가 신민당과 국민당의 공동요구로 소집공고되었으나 민정당은 불응할 방침을 세워 정상운영은 어려울것 같다.
민정당이 고문사건의 확산을 가능한 한 막아보려는 의도는 짐작이 간다. 사건이 장기화되고 확산되면 개헌등 정치일정을 소화하는데 차질이 따른다는 판단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 모두의 깊은 상처와 충격을 조속히 마무리짓는 방법은 오히려 국회를 통해 밝힐 것은 밝히고 따질 것은 따져서 이같은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
박군 사건은 다른 어떤 정치적 사건이나 인권침해 사건파도 그 성격을 달리한다. 국민들은 자기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분노와 아픔으로 사건처리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같은 심각성과 중대성때문에 적당히얼버무리고 넘어갈수는 없게 되어있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끌수 있는 무슨 모면책이 있을리도 없지만 실혹 방법이 있다해도 그런 일시적인 방책으로는 민심을 수습하기 어렵다.
국회가 열려 어느 당이 이득을 보고 어느 당이 손해를 보게되는지는 솔직이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단지 국민들은 국회에서 이 사건을 속 시원히 따지고 넘어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시간끌기나 시선돌리기등 「축소지향」의 수단은 먹혀들 수 없다는 뜻이다.
사실 사건수사만해도 경찰이 명예를 걸고 했다는 수사결과가 허점투성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숨진 박군이 피의자가 아니고 단순한 참고인이었다는 사실도 밝혀겼지만 아무리 최선을 다한 수사라고해도 「가재는 게편」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수 없는게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여당의 내무위 소집이란 「맞불작전」은 이해 못할바는 아니나 그런발상은 떳떳하지 못함은 물론 의회주의의 일반원칙이나 관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박군 사건이 국회를 소집할만한 필요하고도 층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데는 이의가 있을수 없다.
야당으로서 이번 사건이 그동안의 내부적인 실책과 잡음을 일소할수있는 호기며 호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사건을통해 일거에 정치적 실세를 만회하려 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하지는않다. 한 젊은이의 고귀한 희생이 특정 정당의 당리당로의 이용물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박군의 죽음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뿐더러 정치적으로 과도한 공세는 역작용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점도 생각해야 한다. 난처하고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진 상대방을 한껏 궁지에 몰아 붙이는 것만이 능사일수는 없다. 그런 뜻에서도 야당의원들의 내무위소집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것은 잘한 일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문과 같은 반인간적·반문명적인 행위는 이땅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한다.
이같은 국민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국회는 열려야하고 사건의 진상은 한점 의혹없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인권을 신장하고 민주화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정치인의 대국민 공약이 한낱 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알수 있게될 것이다. 신뢰의 회복이 아니고는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음을 진심으로 깨우쳐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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