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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수시로 ‘방탄폭탄’…전세계 팬과 밀당 통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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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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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날이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날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방탄소년단은 턱시도를 입었다. 연습실에서 파자마 차림이던 이들이 스타로 바뀌었다. 뷔, 진, 슈가, 방시혁 대표, 지민, 제이홉, 정국, 랩몬스터(왼쪽부터).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 달 간의 벼락같은 행보였다. 7인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10일 2집 앨범 ‘윙스(WINGS)를 발매한 뒤 미국 빌보드의 각종 차트를 흔들었다. 해외에서 국내로, 승전보는 더 강렬히 꽂히는 듯 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앨범차트)’에서 26위에 올랐다. 앨범 전체의 가치를 평가하는 빌보드 200의 국내 최고 성적은 2014년 걸그룹 2NE1이 기록한 61위였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은 미국 내 프로모션이나 영어 노래 하나 없이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며 ‘방탄 현상’에 주목하는 칼럼을 수차례 쓰기도 했다. 유튜브 뮤직 글로벌 톱 100 차트(10월 7~13일)에서도 방탄소년단은 아티스트 부문 6위에 올랐다.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아(8위), 아리아나 그란데(9위)를 제친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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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4년차 방탄소년단은 K팝의 새 장을 열고 있는 걸까. 방탄 일곱 멤버와 이들을 만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를 서울 논현동의 연습실에서 만나 글로벌 인기의 비결을 물었다.

숙소·연습실 등 무대밖 모습까지
데뷔 초부터 꾸밈없이 SNS 올려
학교·청춘 시대상 담아 스토리텔링
일곱 멤버 모두 곡 작업에 참여
세계인이 공감…빌보드 26위 올라
“미디어 혜택 가장 많이 받은 그룹”

방탄소년단(방탄)의 연습실에는 트렁크만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데뷔 4년차, 전세계epq 무대를 누비며 글로벌 스타들과 어깨를 겨루는 이들의 일정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였다. 한쪽에는 대형 안마의자가 한 대 놓여 있다. 인터뷰 전 멤버 지민이 열심히 안마를 받기도 한 이 의자는 네이버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V앱의 팔로워수가 336만여명으로 최근 1위를 한 데 따른 일종의 상품이었다.

랩몬스터(22)·슈가(23)·진(24)·제이홉(22)·지민(21)·뷔(21)·정국(19), 일곱 멤버로 구성된 방탄은 남다른 소통 전략을 가졌다. 무대 위의 멋진 모습뿐 아니라 무대 밖 모습을 공개하는 데 거침없다. 데뷔 초부터 유튜브 채널에 ‘방탄 밤(BANGTAN BOMB)’이라는 짧은 동영상을 수시로 올렸다. 대기실, 숙소, 연습실에서 장난치고 놀고 고민하는 멤버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았다.

‘가짜 우상 같은 아이돌 그룹이 아닌, 옆에서 기댈 수 있는 영웅이 되자’는 컨셉트는 옆집 오빠, 동생, 친구 같은 방탄을 탄생시켰다. 멤버 슈가는 “오버하거나 숨기기보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실제 모습을 쉴 틈 없이 올렸다”며 “회사에서 시킨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하고 싶어서, 재밌어서 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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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에 수시로 올리는 ‘방탄 밤’에는 멤버들의 일상이 담겼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7여년을 같이 살고 있는 멤버들의 격의 없는 모습에 전세계 팬이 실시간으로 열광했다. 방탄은 스타와 친구 사이를 오가는 ‘밀당’ 실력이 탁월했다. 랩 몬스터는 “미디어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그룹이 방탄”이라며 “네이버 V앱 생방송을 키면 브라질에서 실시간 고화질로 볼 수 있는 만큼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배 K팝 아이돌들이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자신의 음악을 알린 데서 한발 나아가, SNS로 글로벌 팬들과 소통하며 팬덤을 구축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부터 유치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대형 기획사 출신 그룹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위축감도 컸다.

“데뷔 전에 슈가, 정국, 제이홉과 함께 선배 가수의 콘서트를 갔어요.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는데 돌아오는 길에 모두 입모아 ‘저런 곳에서 공연하면 죽어도 원이 없겠다’고 했죠. 그런데 지난 5월에 실제로 공연을 했어요. 이상이 현실이 됐죠.”(랩몬스터)

데뷔 초만 해도 슈가, 랩몬스터, 제이홉이 곡 작업을 주로 했다. 이번 앨범에는 전 멤버가 참가했다. “서로에게 영감을 얻는다”는 말이 인사치레가 아닌 듯 해보였다. 막내 정국은 “형들이 전부 곡 작업을 하니 자연스레 따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지민은 “형들이 음악을 만드는 게 재밌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

방탄의 노래에는 일련의 스토리텔링이 있다. ‘학교 3부작’ ‘청춘 3부작’ 등 시리즈 앨범을 내놓으며 청춘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청춘의 아름다움만을 늘어 놓는 게 아니라 ‘학원 폭력’ ‘입시’ ‘등골브레이커’ 등을 소재로 다뤘다. 슈가는 “비슷한 나이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다”며 “청춘의 아픔이나 불안, 청춘이 생각하는 현 세태의 잘못된 점 등을 노래에 담았다”고 전했다.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해외에서도 통했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의 인기비결을 조망하는 칼럼에서 “방탄소년단은 멤버 각각의 예술적 개성과 K팝 시스템의 장점인 그룹 사운드, 팀워크가 잘 조화된 팀”이라며 “말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팬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 있다”고 분석했다.

학교, 청춘을 지나 이번 앨범에서 방탄은 청춘의 갈등(유혹)을 다뤘다.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은 헤르만 헷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공개 3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4000만을 넘겼다. 그렇다면 연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방탄에게 가장 큰 유혹은 무엇일까. 일곱 입에서 한목소리가 나왔다. 20대 청춘의 목소리였다.

“잠을 더 자야할 지, 다른 것을 해야 할지 갈등이 심해요. 오늘 다섯 시간 잘 수 있는데 네 시간만 자고 한 시간은 방 정리를 하는 게 나을 까요? 아, 다이어트도 해야 하는데 고민이에요.”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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