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여파걱정, 야"공세확대"|박종철군 고문치시사건을 보는 여야의 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개헌정국이 엉뚱하게 「고문정국」이 되고있다. 여야는 19일 각기 당직자회의등을 열어 박종철군사건의 대책을 협의했는데 사건진상과 인책범위·국회소집문제등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달라 귀추가 주목된다.

<민정당>
민정당은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서울대 박종철군 사건이 정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9일상오 긴급당직자회의를 개최하는등 부산한 움직임.
노태우대표위원은 이날 상오 출근하기에 앞서 자택에서 김종호내무장관으로부터 이 사건의 진상과 경찰의 처리방안을 보고받고 조속한 수습을 위해 경찰의 단호한 의지를 촉구했다는 후문.
노대표는 이어 상오9시40분쯤 당사에 나오자마자 이춘구사무총장·이한동원내총무·정재철정무장관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당직자회의를 열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침울하고 심각했다는 것.
이에 앞서 이총장과 이총무는 당사출근직후 총장실에서 40여분동안 밀담을 나누며 박군사건에 대한 국민여론을 검토하고 당차원의 대책을 논의했는데 이총무는 『일단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며 착잡한 표정.
이총무는 『현재 당으로서 할수 있는 일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었다』고 했는데 한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우리당이 할수 있는 것은 빠른 시일내에 국민의 불신을 씻을수 있는 조치를 정부가 마련할수 있도록 촉구하는것』이라면서 『일단 정부측의 조치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지켜보겠다』고 피력.
이총무는 임시국회소집 및 국정조사권발동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에서의 수사종결이전에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느니, 못하느니하는 것은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은 국회가 간섭을 하지 않도록 규정한 헌법에 비추어 온당치 않으므로 그 이후에 국정조사권 발동 및 국회소집문제를 논의하는게 순서』라고 말해 처음보다 다소 진전된 자세.
그러나 민정당이 국회소집과 국정조사권발동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
민정당은 이와함께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대표회담도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는데 한 관계자는 『어쩔수 없는 일 아니냐』고 설명.
민정당의 많은 의원들은 이번 사건의 여파, 특히 선거가 있는 해에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된데 대해 특히 우려하는 모습들.
한의원은 『몇달 뒤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정말 큰일 날뻔했다』고 했다.
상당수 의원들은 『차제에 경찰관련자들뿐 아니라 정치인 모두 대오각성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강조.
홍성우의원은 『이번 사건은 수사관들의 책임이 아니라 정치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은 우리 정치풍토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토로.
민정당은 이 사건과 과년해 노태우대표위원의 기자회견(20일예정)을 예정대로 하느냐를 두고 고민중인데 한관계자는 『노대표의 연두회견의 역점이 민주화 문제인데 마침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모양이 걱정된다』며 연기가능성을 시사.
민정당의 당직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인책범위에 대해 『정부의 조치를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겉으로는 말하고 있으나 상당한 범위까지 과감한 인책조치가 뒤따라야할 것이라는 내심의 표정.
당내일각에서는 『부천서사건때 단호한 처벌 인책등의 조치를 했더라면 이런일이 안일어났을것』이라며 이번 사건에서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 또 「고문방지법」등의 보완책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은 공론화되지는 않은 실정.

<신민당>
신민당은 지난 17일에 이어 19일상오 이민우총재가 이례적으로 일부간부와 박군사건 진상 조사반을 서울호텔에 불러 조찬회동을 하며 대책을 논의했고 곧이어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박군사건을 중점논의하는등 이 문제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신민당은 이날 두차례 회의에서 고문의 제도적 근절을 위한 대통령의 중대결단 촉구 및 임시국회 소집요구를 하는등 공세를 확대할 움직임인데 신민당은 지난해 11·29 서울대회 무산이후 「이민우구상」파동에 이르기까지 갈팡질팡해온 당의 모습을 이사건을 계기로 일거에 만회한다는 속셈인 듯.
이날아침 서울호텔에는 이총재, 유제연사무총장, 김현규총무, 김동규비서실장과 조사반의 박찬종·장기욱·김동주·신기하의원등이 모였는데 이총재는 회의가 끝난뒤 기자들을 불러 『뼈를 깎는 아픔을 뭐라 표현할수 없다』고 운을 뗀뒤 『우리당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고문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
이총재는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중대결단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번 고문치사사건이야말로 △인권회복 △고문근절 △기타 민주화조치등에 대한 중대결단을 내려야할 사항』이라고 말하고 『고문등 독재정치의 구조적인 폭력은 근절돼야하고 인권회복이 되어 국민이 안심할수 있도록 우선 대통령의 중대결단이 있어야한다』고 강조.
이총재는 또 『국회가 신속히 열려 국정조사권도 발동돼 이번 사건뿐 아니라 지금까지 고문에 의한 용공조작으로 억울하게 구속돼 있는 학생·근로자·지식인등 민주인사들의 사건도 적나라하게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
17일 1차조사보고서를 냈던 조사반(반장 박찬종의원)은 부산 박군 집과 삼우제 현장등을 다녀왔다.
박의원은 『박군 아버지와 형은 당국의 방해로 만나지 못했으나 어머니와 누나가 「최선을 다해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말도록 해달라」고 당부하더라』고 전했다.
장기욱·김동주·신기하의원등은 법의학적 측면에서 조사결과를 종합, 당국발표이후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인데 『폐의 탁구공 크기만한 응혈점과 손가락사이, 사타구니, 목등의 반점은 전기고문의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
장·김의원은 『법의학상 전기를 몸에 바로 대면 새까맣게 타므로 전기고문을 위해선 1차 물을 먹이게 돼있다』고 설명.
이어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성명을 채택, 당초 내각총사퇴의 방침을 변경해 내무장관·치안본부장·「관련하수인」의 즉각 파면을 요구키로 결정했는데 홍사덕대변인은 『정신적으론 내각총사퇴가 불가피하나 자칫 응징의 목표를 모호하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
이 성명엔 『박군피살』『야만적』『천인공노』등 최강경 어휘를 총망라해 대정부 공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