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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명품 파우치야, 승객 유혹하는 ‘어메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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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내 편의용품, 명품과 협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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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에미레이트항공 퍼스트클래스 어메니티 키트. ② 에티하드항공 퍼스트클래스 어메니티 키트. ③ 리모와가 만든 에바항공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용 파우치. ④ 하와이안항공 비즈니스클래스 어메니티 키트. ⑤ 핀에어 이코노미 콤포트 클래스 어메니티 키트. ⑥ 터키항공의 한정판 ‘배트맨 대 슈퍼맨’ 어메니티 키트.

지금 전 세계 항공사는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유명 디자이너에게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매력적인 어메니티 키트(Amenity Kit)를 만들기 위해서다. 어메니티 키트, 말 그대로 기내에서 필요한 편의용품을 일컫지만 최근엔 이를 넘어 여행 후에도 간직하는 추억의 물품 같은 가치를 발하기에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일반석보다 3~5배 비싼 비즈니스 · 퍼스트 클래스 승객을 대상으로만 줬던 과거와 달리 일반석 승객이나 어린이용 어메니티를 개발한 항공사도 있다.

어메니티 키트는 명품 전시장

KLM네덜란드항공은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에게 네덜란드 디자이너 얀 타미냐우가 디자인한 제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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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니티 키트는 여행이 끝난 뒤에도 유용하다. 특히 여성들은 화장품이나 액세서리 보관용으로 많이 쓴다. 항공사가 실용성과 세련미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출장과 휴가 여행으로 한해 서너 차례는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직장인 김영미(34)씨처럼 어메니티 키트 수집이 취미인 사람도 있다. 김씨는 “대체로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하지만 이따금 마일리지를 써서 비즈니스 좌석으로 승급한다”며 “그때마다 고급 어메니티 키트를 챙겨오는 게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비행기 좌석 중 프리미엄 좌석 승객은 10%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항공사 매출의 30%를 차지한다는 게 항공업계의 정설이다. 단가가 10만원이 넘는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어메니티로 주는 것도 이런 소수의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행 시간 6시간 이상 노선에서만 어메니티 키트를 준다. 두 항공사 모두 프리미엄 좌석 승객에게 해외 브랜드와 제휴한 어메니티 키트를 제공한다.

두 항공사가 제휴 파트너를 선택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대한항공은 2011년부터 줄곧 다비 제품을 어메니티로 주고 있다. 2011년 당시 대한항공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찾았다. 다른 항공사와의 차별화를 위해서였다. 숙고 끝에 찾은 게 미국 나파밸리의 와인 명가 몬다비에서 만든 화장품 브랜드 다비였다.

아시아나항공은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A380 기종을 도입한 2014년부터 페라가모(퍼스트), 록시땅(비즈니스) 제품을 주고 있다. 이전까지는 불가리(퍼스트), 비오템(비즈니스) 제품을 어메니티로 썼다. 아시아나항공 여현동 과장은 “유행과 선호도를 조사해 주기적으로 어메니티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시장서 고가에 팔리기도

지난달 항공 연구기업 스카이트랙스로부터 5성급 항공사로 선정된 에티하드항공은 최고급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9월 프랑스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크리스찬 라크르와, 헝가리 화장품 브랜드 오모로비짜와 손을 잡고 퍼스트 클래스 승객용 어메니티 키트를 선보였다. 파우치는 편의용품 보관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사이즈가 꽤 커서 남성용은 태블릿pc 케이스, 여성용은 클러치백으로도 쓸 수 있다.

에티하드항공과 같은 아랍에미리트의 국적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프리미엄 좌석 승객에게 불가리의 어메니티 키트를 준다. 내용도 충실하다. 가죽으로 만든 파우치에 불가리 수분크림과 바디로션뿐 아니라 향수까지 담아준다. 남성용 파우치에는 데오드란트·면도기·면도 크림이 들어 있다. 프리미엄 좌석 승객 중 비즈니스 출장자가 많은 걸 배려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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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메꼬의 디자이너 사미 루오살라이넨(위)이 작업한 핀에어 어메니티.

패션·뷰티 브랜드 뿐 아니라 가방 전문 브랜드도 항공사와의 어메니티 협업에 적극적이다. 투미는 2013년부터 델타항공 비즈니스 승객을 위한 어메니티 키트를 만들었다. 파우치 속에는 키엘 화장품을 담았다. 타이항공·에바항공은 장거리 노선의 프리미엄 좌석 승객에게 독일 브랜드 리모와가 특별 제작한 캐리어 모양의 파우치를 준다. 리모와 파우치는 워낙 인기가 많아 중고 제품 거래 사이트에서 10만원 넘게 거래가 이뤄질 정도다. 리모와 수입사인 썬무역 정찬희 과장은 “어메니티는 판매용이 아님에도 사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며 “시중에서 모조품을 판매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항공사와 협업해 어메니티를 만드는 패션·라이프스타일 관련 회사는 브랜드 홍보 뿐 아니라 잠재 고객 확보를 기대한다. 어메니티가 일종의 샘플 상품이 되는 셈이다. 록시땅 박예슬 과장은 “항공사 뿐 아니라 호텔 어메니티를 먼저 이용해본 후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며 “호텔이나 기내에서 SNS에 사진을 올리는 사람도 많아 홍보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자동차·할리우드 영화와도 협업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 로컬 브랜드를 파트너로 선택한 항공사도 많다. 핀란드 디자인 브랜드 마리메꼬와 협업하고 있는 핀에어가 대표적이다. 2012년부터 마리메꼬와 제휴를 맺은 핀에어는 어메니티 키트 외에도 기내식 식기, 승무원 유니폼까지 마리메꼬 제품을 쓴다. 마리메꼬 디자인으로 래핑한 항공기까지 띄우고 있다. 핀에어 김동환 한국지사장은 “한국에서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핀란드 디자인 제품을 쓰는 항공사의 이미지까지 좋아졌다”며 “작은 어메니티 키트가 여행지와 항공사에 대한 좋은 기억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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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유명 디자이너 시그·쿠하오 제인 부자(위)가 작업한 하와이안항공 어메니티 키트.

하와이안항공은 지난해부터 하와이 출신 그래픽·의상 디자이너인 마누헤아리이가 만든 어메니티 키트를 모든 승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와이를 연상시키는 밝은 하늘색 바탕의 파우치에는 바나나 잎 문양이 새겨져 있다. 오는 12월부터는 하와이에서 유명한 부자(父子) 디자이너 시그 제인, 쿠하오 제인이 디자인한 어메니티 키트를 선보인다. 비즈니스 좌석 승객에게는 하와이 스킨케어 브랜드 롤리이 화장품도 준다. 하와이안항공 측은 “승객이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하와이를 느끼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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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항공이 제작한 어린이용 어메니티 키트.

의외의 파트너와 손잡은 항공사도 있다. 영국 여행 전문 매체 트래블플러스가 시상하는 ‘최우수 어메니티 항공사’에 단골로 꼽히는 터키항공 이야기다. 터키항공은 자동차 회사 재규어·벤틀리가 만든 어메니티 키트를 장거리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 나눠준다.

지난 1월에는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와 제휴를 맺고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을 주제로 한 어메니티 키트를 특별 제작하기도 했다. 영화가 개봉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전세계 모든 노선, 모든 승객에게 한정판 어메니티를 제공했다. 장난감을 담은 어린이용 어메니티까지 만들었다. 터키항공 이지선 과장은 “영화가 전세계에서 이목을 끈 만큼 어메니티에 대한 호응도 뜨거웠다"고 말했다.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각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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