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 『TV문학관-문밖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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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편 KBS제1TV가 10일밤 방영한 『TV문학관-문밖에서』 (원작 김향숙·연출 박진수)는 85∼86년 동안 몇차례 소개된 시네텔 서울의 성공작품에 힘입어 TV드라머 외부 제작 시대에동참한 동현 프러덕션이 처음 만든 작품.
남편이 위암선고를 받고 시한부생을 살게되면서 한가정이 어떤 경로를 통해 파괴되는가를 섬세하게 그려나간 이 드라머는 이들부부와 아이들 사이에 빚어지는 일견 무의미해보이는 사소한 복선들을 정교하게 쌓아감으로써 죽음과 절망이 결코 요란한 모습이 아니라 지극히 평온을 가장하고 있다는 충격적인사실을 그려낸 수작.
전후 극논리를 중시하는스토리위주의 드라머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인상을 주었을법한 이 드라머는 끝끝내 남편의 죽음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죽음자체보다 더욱 절망적인 상황을 만들어낸 냉정하고 절제된 연출력이 돋보였고 임동진·황정아의 내면적 연기 또한 탁월했다.
다만 문의 밖에서 문의안(죽음이 지배하는 불가해한 장소)을 들여다 볼수밖에 없는 아내의 시각을 일관성있게 유지했더라면 극 간간이 섞여든 남편의 시각이 빚어낸 감상성을 훌륭하게 극복할수 있었으리라는 아쉬 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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