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악법」재론―의회, 일괄 통상법안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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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엔 미국의 대외통상정책에 큰변화가 일 것 같다. 미국의 정부·의회 할 것 없이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적극 움직이고 있다. 경계해야할 일이다.
특히 우리로서는 미국이 제일 큰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동향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경제의 주역이기도한 미국의 통상정책은 여타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우선 미국 의회는 올해에 보호무역법안을 시리즈로 내놓을 것이 확실하고 행정부 또한 의회의 선제용이든 실제로 무역장벽을 보다 높일 필요에서건 보호주의 강화를 겨냥한 통상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의회쪽은 지난7일 하원개원과 동시에 일괄 통상법안을 제안, 곧 본격 토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선거로 미의회 상·하양원을 지배하게된 민주당이 내놓은 것이다.
미국의 통상관계 입법사상 「악법중의 악법」으로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이 법안은 지난해 하원을 통과한 「1986년 무역법안」의 완전복사판이다. 민주당은 이밖에도 지난해 관철시키려다 좌절된 섬유·신발수입규제에 관한 더몬드법안, 대미 흑자국에 수입관세를 부과하려는 겝하르트법안등을 어떤 형식으로든지 올해에 다시 의회에 낼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장 문제가 되고있는 일괄통상법안이 악법인 것은 법안의 골자를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은 어느 특정국의 노동권보호가 국제수준에 미흡하게 되면 불공정 무역조치를 취할수 있고 대미 흑자 30억달러이상, 대미수출이 수입액의 1백75%이상인 국가중 경상수지가 흑자인 국가는 매년 대미 혹자를 10%씩 축소해야하고 만일 그렇지 못하면 수입과징금 부과 또는 관세인상등 통상보복을 취할수 있게되어 있다.
미국경제의 실패에 대한 책임이 마치 대미 흑자국에 있는 것같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법안이 미의회 특히 민주당 중진지도자들의 전폭지지를 받고 있어 놀랍다.
하원의장에 선출된 「짐·라이트」, 88년 총선에서 대통령후보를 꿈꾸고있는「리처드·겝하르트」하원의원, 「로스텐 코스키」세입위원장,「기번즈」무역소위원장등이 앞장서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경제문제를 정치문제화 하려하고 있다.
민주당의원들은 올해에는 기필코 강력한 통상규제법안을 많이 만들어 선거구민들에게 선물하겠다고 장담까지 할 정도다. 지난해에도 미의회에는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내용의 각종 통상관계법안 2백50여건이 제출된바 있고 그중 한국에 영향을 주는 법안만도 70여건이나 됐다. 국경제사정으로 보나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는 점에서 보나 올해도 같은 양상으로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이 기승을 부릴게 틀림없다.
한편 「레이건」행정부도 의회의 법안들에 맞서 독자적인 무역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보호주의로 치닫고 있으며 어떤 형식이든 새로운 보호무역법이 제정될 것으로 보아 틀리지 않을것 같다. 미국시장 여건이 우리에게 더욱 불리해지게된다.
우리의 대미경제는 점점 어려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수혜폭을 줄이고 있으며 농산물·공산품·서비스등 각 분야에 걸쳐 추가로 시장개방을 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올해는 대미통상관계에서 과거 어느때보다 바쁜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의 외교적 대응은 한층 성숙되고 계산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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