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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박 대통령과 일요일 독대, 총리 제안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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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는 2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들과 만났지만 지명소감 발표를 유보했다.

“임종룡 후보 추천 저와 무관치 않아
같은 고향 우병우 장인과 아는 사이”
중앙SUNDAY 토론서 책임총리 거론

그는 “정국이 빠르게 변하니까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종합해서 내일(3일)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총리후보자로서 의례적인 소감 발표조차 미룬 드문 장면이었다. 이어 “책임총리로서의 권한을 받았느냐”는 질문엔 “당연하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국민대 본부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선 박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국정의 책임을 다할 총리를 지명하면서 단순히 전화로 했겠느냐”면서 “캘린더를 봐야 알겠지만 일요일(10월30일)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또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를 추천한 이유를 묻자 “안전 문제가 급하다 보니 그렇게 했다”며 “박 후보자 뿐만 아니라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제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책임총리로서 이번 인사에서 인사권(헌법 87조, 94조)을 충분히 행사했다는 의미였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반대에 대해선 “지금 이 시국에 어떻게 반대를 안 할 수 있겠느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국에 총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의구심도 충분히 이해된다. 저 역시 그 의구심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 각자 나름의 판단이 있을 수 있겠다”고 답했다.

이날 밤 10시쯤에 수업을 마치고 나온 김 내정자는 다시 기자들과 만나 "국회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치 대통령'이라는 청와대의 표현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그냥 (제안을) 받지는 않았다"며 책임총리의 역할을 보장받았음을 시사했다.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거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박 대통령의 방패막이로 나선 것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제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헌정중단이나 국정붕괴는 어떤 형태로든 안된다는 것"이라며 "회사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회계는 돌아가고 영업은 계속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야당의 반발로 총리 인준이 어려울 경우 김 후보자가 지명을 거절할 수 있다는 관측을 우선은 일축한 것이다.

개헌 문제에 대해선 "여러 차례 칼럼에서 밝혔듯 궁극적으로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고 국민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10년 전인 2006년엔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13일 만에 교육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후보자는 분권형 개헌론자로 박 대통령이 개헌 추진을 위해 선택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26일 중앙SUNDAY가 진행한 토론에서 “어차피 막판이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니 개헌 문제와 엮어서 고민해봤으면 한다”며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만 맡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에게 책임과 권한을 넘기자. 이참에 내각제적 요소를 시행해보자”고 주장했다.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는 “총리가 시스템을 짜고 부총리 2명을 중심으로 장관을 불러 비상협의체를 가동하고, 국회로도 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총리는 헌법상 대통령이 유고상태가 아니더라도 아니더라도 사실상 책임총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선전 포고와 외교문서 사인, 법률안 공포를 제외하고는 총리가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황교안 총리를 겨냥해 “지금이야말로 총리가 구국의 영웅이 될 수 있는 위치”라며 “과감하게 치고 나가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자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인인 고 이상달 정강중기 회장과의 인연도 논란이 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는 우 전 수석 장인의 추모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다"며 "우 전 수석이 형식적으로만 사라졌고 여전히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우 전 수석은 잘 모르고, 이 회장은 제 고향 경북 고령의 향우회 회장이라 뵈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될 경우 국정교과서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5년 10월 동아일보에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당시 그는 “정부와 여야 모두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공화국의 공화정신으로 돌아가 여러 색깔의 다양한 교과서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게 하라”고 주장했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경북 고령(62) ▶대구상고, 영남대 정치학과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부 장관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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