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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취재일기

독감 백신을 보건소에서 맞으면 좋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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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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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권
내셔널부 기자

“예산 절감 차원에서라도 어르신 무료 독감 예방접종만큼은 보건소에서 하셨으면 좋겠어요.”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 때면 전국의 보건소마다 독감 예방 접종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풍경이 사라졌다. 지역 보건소 예방접종실 직원들은 요즘 한가하다. 2일 오후 기자가 찾아가 만난 충북도청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2014년까지 보건소가 전담하던 만 65세 이상 어르신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을 2015년부터 일반 병·의원으로 분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이 줄어 좋긴 하지만 병·의원을 선호하고 보건소를 외면하는 듯해 아쉬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매년 겨울을 앞두고 보건소에서 줄을 길게 서는 불편함을 줄이고 주민들의 진찰 효율도 높이자는 요구가 있어 지난해부터 동네 병·의원에서도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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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하지만 백신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울상이다. 현재 정부가 조달하는 독감 백신 가격은 도즈(dose·1회 접종분)당 7510원이다. 보건소는 이 가격 그대로 백신을 받아 접종해 준다. 반면 병·의원들은 보건소보다 2.8배 비싼 2만750원을 받고 접종한다. 정부 공급 원가(7510원)에 백신을 병·의원에 공급할 때 발생하는 운송비(1090원)와 1도즈의 주사를 놔 주는 수수료(1만2150원)를 더한 금액이다. 이 가격은 질병관리본부와 의사협회 등이 협의해 책정한 금액이다.

백신 접종을 보건소에서 하든 병·의원에서 하든 비용은 중앙정부가 50%, 지자체가 50%(시·도 15%, 시·군 35%)를 지원한다. 이 때문에 백신 가격이 보건소보다 비싼 병·의원 접종이 늘어날수록 지자체 부담은 커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노인(693만 명) 중 무료 독감 백신 예방접종 대상은 568만8000명이다. 2일 현재 대상자의 약 80%인 555만8000여 명이 예방 접종을 했다. 이 중 83만6000여 명은 보건소에서, 나머지 472만1900명(약 85%)은 민간 병·의원에서 접종했다.

지금까지 공급된 독감 백신 비용을 정부 조달가로 계산하면 약 417억원이다. 하지만 병·의원 접종 비율이 높아지면서 실제로 투입된 예산은 약 1041억원이나 된다. 무료 접종 기능이 병·의원으로 나뉘면서 624억원의 세금이 더 지출된 셈이다. 지역 보건소 관계자들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보건소를 이용하면 수백억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말한다. 동네 보건소를 찾는 것이 시민 전체의 세금을 아끼는 길인 셈이다.

최종권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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