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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슬람권 對테러 공조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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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때 물밑에서 깊숙한 협력을 유지하던 미국과 아랍.이슬람권 국가들 간의 대테러전 공조 관계가 이라크전 이후 붕괴되고 있다고 미국의 주간지 뉴요커 등이 28일 보도했다.

그동안 자국민의 반미 정서 때문에 '음지에서' 도왔던 시리아.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미국의 잠재적 적국이 되거나 협조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 정보원에서 적이 된 시리아=뉴요커는 국무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 "9.11테러 후 대테러전의 최고 협력국이었던 시리아와의 첩보 교류는 완전히 붕괴됐다"고 전했다.

9.11테러 직후 시리아 정보부는 자국 내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과 연계돼 있던 알카에다 관련 인사 수백여명의 파일을 미국에 제공했다.

미국과 대테러전을 함께 하면 현 정권을 반대해온 무슬림 형제단을 소탕할 수 있는 데다 대미 관계 개선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도움으로 미국은 지난해 폭탄을 실은 행글라이더로 바레인의 미5함대 사령부를 공격한다는 알카에다의 계획을 사전에 파악, 차단했다고 뉴요커는 보도했다.

그러나 시리아가 이라크전에 적극 반대하자 양국 관계는 급랭했다. 이라크전쟁 중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시리아에 "후세인 잔당을 숨기지 말라"고 위협했다.

특히 지난달 18일 후세인이 탄 것으로 의심받는 차량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미군이 시리아 국경을 넘어 총격전을 벌인 뒤 양국 정보 교류는 완전 중단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적거리는 파키스탄=미국의 강력한 후원 아래 대테러전을 펴 온 페레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도 최근 내부 반미 정서 때문에 9.11테러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 추적에 소극적이라고 뉴요커는 전했다.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이슬람 강경파 세력이 대거 당선되며 무샤라프의 친미 정책에 대한 반발이 노골화됐기 때문이다. 알카에다 지도부를 체포하면 미국이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 지원을 줄이거나 정치 민주화를 요구할 것을 우려, 무샤라프 정권이 시간끌기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이 벌어지는 미국과 사우디=부시 대통령이 29일 의회의 9.11테러 조사 보고서 중 사우디아라비아의 9.11 테러범 연계 의혹이 담긴 부분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자 사우디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의회 정보위원회가 작성한 이 보고서 중 문제의 비공개 28쪽에는 9.11 테러범들이 사우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부분을 공개해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방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 당국이 사우디 정부의 테러 배후지원 의혹을 수사하고 있음을 공개 시사한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모독 행위"라고 발끈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미국의 수사대상이 되면서 양국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게 된 것이다. 사우디는 또 9.11 이후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목한 이슬람 과격단체인 하마스 등에 계속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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