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사기…권위주의" 與중진들, 盧대통령 공격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당정(黨政)분리를 이유로 민주당을 멀리해 왔다.

일부 가까운 인사들에겐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盧대통령은 민주당이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신당으로 탈바꿈하길 바라고 있다.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속마음은 뻔하다"는 말로 그 같은 심정을 표출했다.

하지만 당내 영향력이 강한 중진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盧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도리어 고조되는 형국이다. 최근 중도성향의 김근태 고문이 "신당을 한다는 게 곧 '노무현 당'을 한다는 것이라면 신당은 그날로 제삿날"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30일엔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맥락의 얘기들이 당내 신.구주류의 핵심 중진들에게서 나왔다.

동교동계 한화갑(韓和甲)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신당을 만들려고 하는데 왜 그러느냐"며 "지금 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탁통치 중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안된다"고 비난했다. "(신주류의) '통합신당'주장은 노무현 코드에 맞는 사람들끼리 하겠다는 '개혁신당'이 어려워 전략적으로 후퇴한 것이므로 참여할 수 없다"고도 했다.

더불어 구주류의 정균환 총무도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부안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이 들어서기로 한 것을 빌미로 盧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현 정부는 부도덕한 정부"라며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이 건립될)위도 주민에 대한 현금 보상을 없던 일로 한 것은 사기"라고 비난했다.

신주류의 추미애(秋美愛)의원은 "원전수거물관리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부안군민을 공권력으로 짓밟은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로 회귀한 것"이라며 盧대통령의 정책을 혹평했다.

지난 대선 때 盧대통령 당선을 위해 앞장섰던 秋의원까지 비판대열의 선봉에 선 것은 盧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란다. 秋의원 측에선 "盧대통령이 신당을 통해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좋으나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을 무시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구주류와 표대결을 해야 할 신주류에겐 비상이 걸렸다. 韓전대표나 秋의원의 입장이 대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