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유학출신 성악가 "음료수에 독극물"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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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음료에 독극물을 넣겠다고 음료 판매업체를 협박, 억대의 돈을 뜯어내려 한 전직 대학강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30일 모 음료회사에 전화를 걸어 "2억원을 인출할 수 있는 현금카드를 영남 소재 K대학 공중전화기 위에 놓지 않으면 독극물을 넣은 음료를 유통시키겠다"고 협박한 혐의(공갈미수)로 K대 시간강사 출신 金모(38)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金씨는 지난 28~29일 6차례에 걸쳐 이 회사에 전화를 걸어 홍보부장 金모씨에게 "독극물은 이미 넣었다. 유통만 시키면 된다. 인터넷에도 글을 올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성악을 전공한 金씨는 1995년부터 5년간 이탈리아에 유학하고 지난해까지 K대 등에 시간강사로 출강했으며, 지난해 여관업에 실패해 2억여원의 빚을 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金씨가 K대 성악과 학과장이었던 처삼촌을 통해 교수로 임용시켜 주겠다며 후배들에게 수천만원을 받아 썼으나 임용이 안돼 후배들로부터 돈 반환 요구에 시달리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金씨는 경찰에서 "월 40만원 가량의 시간강사 수입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워 이혼까지 했고, 최근 빚 독촉에 몰려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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