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프로의 눈이 일치하는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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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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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2국>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4보(32~42)=상변 33은 거의 모든 프로의 눈이 향한 곳. 거기가 이 장면, 공방의 급소다. 반드시 두어야 할 곳이라면 기풍과 취향에 상관없이 프로의 눈은 일치한다. 34도 절대의 응수인데 35는 취향에 따라 36의 곳을 둘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흑의 행마는 무게 중심을 우상 일대로 잡게 되는데 실전은 좌상귀에서 흘러나온 흑 대마의 중앙 진출을 더 중시했다. 37로 두텁게 꼬부려 나온 흑의 형태도 나쁘지 않지만 36, 38로 묵직하게 밀어올린 백의 모양도 기분 좋다. 이 두터움은 흑▲의 굳힘을 약화시키는 백의 침략에 막강한 지원 화력이 될 것이다.

이세돌은 그 정도는 별일 아니라는 듯 성큼, 우변 39로 철기둥을 때려 박는다. 대세점. 우상귀와 우하귀의 굳힘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세력의 중심을 잡는 요소다. 국가대표 검토실은 여기서 ‘백이 우상 쪽이나 우하 쪽, 어느 곳이든 삭감이나 침입을 결정할 타이밍’이라고 했는데 좌하귀 40이 놓였다. 놀랍다. 국가대표도 놀라고 박영훈 9단도 놀랐다. 결과가 좋으면 냉정, 침착한 수가 되겠지만 결과가 나쁘면 열세를 자초한 완착의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참고도’는 가장 평범한 진행. 41로 짚어가는 이세돌의 손길에 바람이 인다. 그만큼 기분이 좋다는 뜻인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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