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건설」내년 대거 철수-하반기 수주 전무…상반기 6억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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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내년에는 대거 철수해야 할 판국이다.
신규공사 발주가 없어 현재도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들 중동국가에서 내년에는 공사 따내기가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2일 해외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중동지연에서 따낸 공사는 상반기 중 모두 6억 달러에 불과한데 하반기에는 단 한 건의 수주 실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상반기에 수주한 공사도 모두 작년에 입찰한 것이어서 올들어서의 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한때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시장의 25%까지를 차지했던 우리 업계가 이처럼 고전하고 있는 것은 유가폭락에 따른 오일달러 수입의 격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이 신규공사 발주를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진작부터 감량경영에 착수, 감원조치. 경비절감 등 자구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내년에는 공사수주 전망이 암담해 대거 철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 가장 많은 인력이 진출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40여개 국내 건설업체가 나가 있는데, 이 가운데 실제공사를 하고 있는 업체는 절반선인 20여개에 불과하기. 나머지 업체는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또 중동경기가 좋았던 때 15만명에 이르렀던 근로자수도 요즘엔 3만 명 선으로 격감했는데, 많은 업체가 철수할 경우 그나마도 유지하기가 힘들게 됐다.
중동 최대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 말고도 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 등 나머지 산유국에서도 공사발주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쿠웨이트를 제외한 바레인. 카타르에선 최근 1∼2년간 공사발주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올해 우리 업체들이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액수는 1천만달러 미만으로 작년의 3억 달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정도다.
한편 올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연말까지 가더라도 통틀어 작년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19억 달러 선에 그칠 전망이다.
해외 건설업계는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동남아시장의 진출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 일본 건설시장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도 상황이 업계차원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고 판단, 정부간 협조체제를 마련하고있다.
그 일환으로 공사비가 약80억 달러에 이르는 일본 대판 관서신공항 건설에 국내업체의 참여를 목표로 지난 19일 그쪽의 공사 설명회에 외무부·건설부 및 18개 업체 대표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폐쇄성이 높기로 이름난 일본측은 이 공사를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신 공법을 개발해냈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우리업체의 참여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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