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앞날, 대한전선 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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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이 법정관리 중인 진로의 실질적 최대 채권자로 떠올라 진로의 미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진로 관계자는 29일 "대한전선이 지난 10일 진로의 담보부 채권 3천5백억원 중 1천8백2억원어치(액면가 기준)의 채권을 매입해 골드먼삭스에 이어 2대 채권자로 부상했다"며 "이 채권은 우리은행이 보유하던 것으로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원에 있는 소주 생산공장이 담보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법정관리 기업의 채권값을 거의 깎지 않고 액면가에 가까운 1천7백50억원을 주고 매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한전선이 이종(異種) 기업에 거액을 투자한 것을 놓고 진로 인수설을 포함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대 채권자인 골드먼삭스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 규모는 약 3천억원(이 중 담보부 채권은 약 6백억원)이지만 여러 차례 "진로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천명했으며, 기타 군소 채권자들의 영향력도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담보부 채권의 50% 이상을 보유하게 된 대한전선은 정리계획 수립과 최종 인가 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진로의 정리계획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담보부 채권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대한전선의 동의 없이는 정리계획이 승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채권 매입을 위해 기업어음(CP) 6백억원어치를 발행하고 금융권에서 9백50억원을 대출받는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대한전선은 지난달 진로유통의 채권 7백93억원어치를 매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 측은 "진로가 법정관리 중이지만 담보부 채권의 경우 채무조정에서 감액이 잘 되지 않는다"며 "채권 매입액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편 진로의 부채 규모(계열사 보증 채무 등 잠재부채 제외)는 약 1조8천억원으로 31일 채권조사 보고를 거쳐 확정된다. 이어 다음달 27일 제1차 채권자회의를 시작으로 두세 차례 채권자들의 협의를 통해 정리계획이 최종 확정된다. 진로는 올 상반기 목표치인 5백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5백9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익재 기자

*** 진로사태 일지 및 향후 전망

1997.9 진로그룹 부도 화의신청

1998.4 진로, 화의 발효

2003.4.3 골드먼삭스 계열 세나 인베스트먼트 법정관리 신청

2003.5.14 진로 법정관리 결정

2003.6.30 진로 채권신고 마감

2003.8.27 진로 제1차 채권자 회 의(2~3차례 더 개최 후 정리 계획 확정)

2004. 봄 진로 정리절차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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