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씩만 주워가도 천만 개 사라져" 도토리 채취 단속반의 고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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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가을을 맞아 청명한 하늘도 즐길 겸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산을 오르며 아름답게 핀 단풍도 구경하고 기념으로 앙증맞은 도토리를 줍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등산객이 도토리를 주울수록 고심이 깊어가는 곳도 있다. 바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다.

24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사무소 김중호 주임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방송에선 도토리를 주워가는 사람들 때문에 고생하는 단속반 직원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최근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해 북한산에 등산객이 몰리고 있다. 이들은 기념으로 도토리를 한 두 개씩 주워간다.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도토리를 다량으로 주워가는 사람들도 있다.

김중호 주임에 따르면 이렇게 도토리를 주워가는 사람들이 수천명이다. 하루 종일 단속하면 한 가마니 이상의 도토리가 모이기도 한다.

도토리 채취의 경우 자연공원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죄 행위라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김 주임은 도토리 채취 단속중 일어난 일화도 소개했다.

단속반은 한 할머니가 등이 굽은 채 '아이고 아이고'하며 조금씩 도토리를 줍는 모습을 목격했다. 단속반은 힘들어 하는 할머니가 안쓰러워 그냥 구두로 경고 조치만 취했다.

그런데 단속반이 떠나가자 약해 보였던 할머니가 순식간에 다른 봉우리 밑으로 이동해서 다시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할머니는 단속반 앞에서만 등을 숙이고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단속반은 할머니를 '날아다니는 할머니'라고 부르게 됐다.

김 주임은 마지막으로 "한 분이 도토리 하나씩만 주워가도 천만 개의 도토리가 사라진다"며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탐방을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김하연 인턴기자 kim.ha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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