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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집에서 산삼 배양근 키우는 가전도 선보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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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에이씨티 이보섭 대표

15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화장품 원료 시장을 개척한 이가 있다. 국내외 화장품 회사에 기능성 원료를 공급하는 에이씨티 이보섭(57)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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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도 수원의 광교테크노밸리 신사옥에서 만난 이보섭 에이씨티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출신으로 벤처사업가로 성공한 인물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미래를 위한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는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의 8층짜리 신사옥 5개 층에 R&D센터를 마련했고, 직원 88명 중 절반을 연구원으로 채웠다. 또 해마다 매출의 10% 이상을 신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불모지였던 화장품 원료시장 개척
올 초엔 자체 브랜드 상품도 출시
신소재·건강기능식품 사업도 진출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유기합성 대학원을 나온 이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 기술연구소에서 19년간 일한 연구원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2001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서울 양재동에 오피스텔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경쟁력 있는 원료를 만들면 수출도 가능할 거란 생각으로 창업했지만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찰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구실이 없어 지인의 연구기관에서 겨우 실험했고, 다른 회사 공장을 빌려서 원료를 만들었습니다. 직원들 데리고 남의 공장에서 밤새워 작업하기 일쑤였죠.”

하지만 이 대표는 초창기 어려움을 딛고 핵심 기술을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특히 창업한 지 몇달 뒤 연구를 시작한 아모레의 ‘아이오페 레티놀 2500’에 사용되는 ‘캡슐화 기술’은 오늘의 에이씨티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 “순수비타민 A인 레티놀은 원래 약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건데 화장품에 그냥 집어넣으면 모두 파괴될 정도로 불안정해요. 또 피부에 순간적으로 흡수되면 자극도 심하죠. 20번째 실험 끝에 마침내 안정화에 성공했고 피부에 흡수되는 속도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캡슐화 기술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이 대표는 2003년 아모레에 홍삼 추출물 원료를 납품하면서 성공 궤도에 올랐다. 한방화장품 설화수에 들어가는 이 원료는 에이씨티의 또 다른 대표 기술인 ‘생물전환 기술(자연계에 극미량 존재하는 물질을 친환경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통해 얻어진다. 이 대표는 “과정이 워낙 복잡해 아무나 따라할 수 없다”며 “경쟁사는 물론 제약사들도 기술이전을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올 초 이 대표는 자체 브랜드 ‘아쿠탑’을 출시하며 화장품 완제품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영어의 ‘aqua(수분)’와 ‘top(최고)’을 결합해 만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이씨티의 기술력에 최근 화장품 트렌드인 보습력을 강조했다. 화장품에 흔히 들어가는 정제수 대신 ‘셀비오니끄 워터’라는 특허 원료를 사용하고, 황금누에 추출물·카카오닙스 추출물 등 다양한 성분을 접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벌써 중국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2013년 코스닥에 회사를 상장한 이 대표는 최근엔 산업용 신소재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선 캡슐화 기술과 고분자 합성 기술 등을 활용해 휴대폰 액정에 들어가는 고경도 코팅소재 사업에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이미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식물조직배양 기술을 접목해 가정에서 손쉽게 산삼 배양근을 만들 수 있는 생활 가전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내년부터는 연구 중심 기업에서 벗어나 영업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2018년까지 매출 1000억원 대의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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