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체육 투자가 빈약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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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는 최근 몇년 동안 스포츠 홍수 속에 살아 온 느낌이다. 각종 실업 스포츠 팀의 활기, 국제 경기의 국내 유치, 프로 스포츠의 정착 등으로 1년 내내 스포츠 경기가 끊일 날이 없다시피 한다.
게다가 TV까지 가세하여 밤낮 없이 중계를 해댄다.
이렇듯 구경거리 스포츠는 넘치도록 풍성한 반면 정작 국민 대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나 스포츠 설비는 태부족한 실정이다.
이것은 정부가 극소수의 체육 엘리트를 위한 투자에만 치중하고 국민 전체의 체력과 건강의 향상을 위한 사회 체육에는 소홀하다는 반증이다.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 심해졌지 개선되리라는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 내용을 봐도 그렇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 중 체육 부문에 대한 국고 보조에서 사회 체육 진흥비가 금년보다 8천여만원이 줄어든 5억4천여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것은 국내 체육 사업비의 3%에도 못 미치고 대표 선수 및 신인 선수 훈련비의 6·6%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사회 체육 진흥비의 대부분은 새마을 운동 본부의 사회 체육 진흥회 사업 보조비로 쓰이며 순수한 사회체육 활동 지원은 미약하다.
내년이라는 시점이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출전 선수들의 훈련에 치중해야 한다는 사정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체육 투자의 경향이나 체육 정책의 방향이 전문선수들의 육성과 훈련에만 치중하고 사회 체육의 진흥에는 소홀히 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국제 대회에서 우리가 좋은 성적을 올림으로써 나라의 이름을 떨치고 국위를 선양하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도 국민 체력의 전반적인 향상이 바탕이 돼야만 그 뿌리가 깊고 튼튼하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국민 체력이 허약한데 몇몇 특정 선수들의 성적만 뛰어나다면 그것은 참다운 국위나 국력을 상징하지 못하며, 따라서 일종의 허상에 머물고 말 것이다.
서울시 교육 위원회가 최근 서울 시내 초·중·고교 남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5년 전에 비해 키와 몸무게 등 체위가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달리기를 비롯한 체력 테스트에서는 훨씬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영양 섭취 상태는 좋아졌으나 운동 부족으로 체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정책이 일부 특수한 스포츠 엘리트의 육성에만 치중하면 국민 전체의 체력 향상이라는 기본 정신에서는 점점 동떨어지고 「스포츠 귀족」만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최근에 정부가 골프와 볼링을 대입 체육 특기 종목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뜻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골프 문화가 대중에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이런 종목의 선수에게 대입 특전을 허용한다는 것은 일부 부유층 자녀에게 국한된 제도적인 혜택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스포츠를 구경거리로 알고 많은 국민이 여기에만 재미를 붙인다면 국민의 체력은 물론 정신력까지도 약화되게 마련이다. 국민의 체력과 정신력을 향상시키도록 정부가 사회 체육 진흥에도 균형 있는 투자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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