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찍혔던 전 문체부 국장, "국회 부르면 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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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출전했던 승마 경기의 판정 시비 이후 불거진 승마협회의 내분을 조사했다가 좌천당한 뒤 결국 공직에서 물러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외압에 의한 퇴직' 의혹을 인정했다.

승마협회 내분 조사 후 좌천됐다가 공직 떠나
"사정기관서 분위기 좋지 않다고 해" 외압 시인
유진룡 전 장관도 "국정조사 응한다" 회고록 준비도

노 전 국장은 21일 JTBC 기자에게 "사정기관 쪽에서 '당신에 대해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계속 들려왔다"며 자신의 사퇴에 외압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노 전 국장은 지난 7월 정년을 4년 남기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최순실씨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든 뭐든 하지 않겠느냐?"며 "만약 청문회가 열려서 국회가 저를 부른다면 나갈 준비가 돼있다. 가감없이 모든 얘기를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JT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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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오른쪽)

유 전 국장이 공직을 떠나게 된 계기는 2013년 5월 청와대의 지시로 승마협회 내분에 대해 조사를 벌이면서다. 당시 4월 9일에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유라씨의 라이벌 김모 선수가 1등을 차지하자 심판 판정 시비가 일었다. 이례적으로 협회가 아닌 경찰 조사가 이뤄졌다.

이때 노 전 국장은 승마협회 내부 문제를 조사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받아 진재수 당시 체육정책과장을 통해 조사를 벌인 뒤 최순실씨와 그 반대 세력 양쪽 모두의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

이후 8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노 전 국장을 지목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며 사실상 좌천 인사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고서 내용에 불만이 있던 최순실씨 쪽의 보복성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 전 국장은 두 달 뒤인 10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직접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던 진 전 과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좌천됐다.

노 전 국장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프랑스 장식 미술전에 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 전 국장의 이름을 발견하고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고 물었다는 문체부 관계자 증언을 인용한 언론 보도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7월에 명예퇴직을 신청해 공직을 떠났다.

한편 승마협회 조사 보고서 이후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 경질됐던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도 "최순실씨 문제와 관련해 국정조사든 뭐든 응할 생각이 있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JTBC는 전했다. 유 전 장관은 내년쯤 회고록 집필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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