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사면초가"|장우성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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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 이란 무기 공여 문제로 백악관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자신에게 몰리고 있는 비판의 거센 물결을 19일 기자 회견으로 무마하려 했으나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하원 정보 위원회는 21일 인질 석방을 위해 이란에 무기를 제공한 비밀 공작에 대한 첫 청문회를 열고 「윌리엄·케이시」 미 중앙정보국장을 심문했고 백악관에 대한 압력이 죄어들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압력은 이번 사건의 총 책임자인 「포인덱스터」 대통령 안보 담당 특별 보좌관에 대한 사임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국무성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가 제1의 속죄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직은 떠났지만 밀사로 테헤란까지 갔던 「맥팔레인」 전 대통령 안보 담당 특별 보좌관은 백악관에 쏠리는 압력을 피뢰침 식으로 자기가 도맡아 사태를 무마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번 비밀 공작이 국민과 정치 단체로부터 이처럼 노여움을 사게 될 줄을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판단 미스였다고 자책했다. 「리건」 백악관 비서실장도 『되먹지 않은 건의를 하니 되먹지 않은 정책 결정이 나왔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백악관 참모들끼리의 책임 회피는 정책 결정 기능의 정상으로서의 백악관의 위신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사태가 이쯤 되자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쪽에서도 백악관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내년부터 상원 다수당 원내 총무가 될 「로버트·버드」 의원은 「슐츠」 국무장관을 반장으로 하는 정책 그룹을 구성해서 앞으로 정책을 꾸며 나가라고, 백악관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는 권고를 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국제적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에 있다.
의회 쪽 분위기는 중요한 외교 정책이 외교술에 미숙한 소수 백악관 측근에 의해서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레이건」 외교 정책을 송두리째 도마 위에 올려놓으려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워터게이트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지만 「레이건」 대통령이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 할 수 있게 하는 권위는 크게 약화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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