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 59%가 "타향살이"|85년 인구·주택 센서스-기획원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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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결혼관이 크게 바뀌고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늦게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고, 결혼 적령기를 넘긴 독신자가 많아졌으며, 이혼율은 높아지고 있다.
또 평균 수명이 늘면서 결혼 후 배우자를 잃고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어 들고 있다.
한편 85년 현재 전세 건 월세 건 남의 집에 살고 있는 가구가 전체의 46·2%이며 단간 방에 모든 식구가 모여 살고 있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32·6%나 되고 있다.
태어난 곳을 떠나 타지에 가서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전체 인구의 약 37%가 타향살이를 하고 있고 서울 사람 중 59%가 외지 출신이다.
경제기획원이 19일 발표한 85년 인구·주택 센서스 인구·가구 부분 속보는 여러 가지 흥미 있는 추세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인구·주택 센서스는 5년마다 한번씩 실시하는 것으로 이번에 나온 85년의 통계와 지난 80년의 통계를 비교하면, 지난 5년간 전국민의 결혼관·주거 형태·학력·인구 이동 등이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결혼을 늦게 한다.
20∼29세의 인구 중 남녀 모두 미혼 인구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여자의 경우 두드러진다.
20∼24세 여자의 경우 지난 80년에는 66·1%가 미혼이었으나 85년에는 71·8%가 미혼이다. 25∼29세 여자의 경우도 지난 80년에는 14·1%가 미혼이었으나 85년에는 17·4%가 미혼이다.
남자도 마찬가지여서 25∼29세 남자 중 미혼 인구의 비율이 지난 80년 45·2%에서 85년 49·8%로 높아졌다.
◇독신자가 늘고 있다.
여자의 경우 85년 현재 30∼34세 중 4·3%가, 35∼39세 중 1·5%가, 40∼49세 중 0· 6%가 미혼으로 남아 있다. 전체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지만 주목되는 것은 30∼49세 중 미혼자의 비율이 지난 80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80년에는 30∼34세 중 2·7%, 35∼39세 중 4·3%, 40∼49세 중 0·4%가 미혼이었음) .
결혼 적령기를 넘긴 미혼 인구의 비율은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높아 독신주의 경향은 남자가 더 강한 것으로 알 수 있다.
85년 현재 30∼34세의 남자 중 9·5%가, 35∼39세의 남자 중 2·5%가, 40∼49세의 남자 중 0·8%가 각각 독신이었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
남녀 전체로 15세 이상 인구 중 이혼한 사람의 비율은 80년의 0·5%에서 85년 0·6%로 높아졌고, 이혼 남보다는 이혼녀의 비율이 더 높다 (85년의 경우 남자의 0·5%, 여자의 0·7%가 각각 이혼 인구).
연령별로 이혼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남자는 35∼49세 (1·1%), 여자는 35∼39세 (1·6%)다.
◇일부다처의 남자도 상당수 있다.
85년 현재 배우자 있는 남자는 8백20만5천명, 배우자 있는 여자는 8백47만7천명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27만2천명 많게 나온 것인데 ▲해외 근무자 (약 16만명) ▲해외 유학생 ▲통계의 오차 등을 모두 감안해도 27만명이라는 차이는 다 설명되지 못한다.
결국 상당수의 「수상한 남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연령의 미혼 남녀의 짝이 크게 틀린다.
85년 현재 ▲20∼24세인 미혼 남자는 2백5만3천명, 미혼 여자는 1백46만6천명이며 ▲25∼29세인 미혼 남자는 1백만2천명, 미혼 여자는 35만6천명이다.
같은 나이층의 미혼 남자가 미혼 여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결혼을 빨리 하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산 때의 남아선호 경향이 나타난 결과이기도하다.
◇여자의 고학력 증가 추세가 남자보다 월등히 높다.
85년 현재 전문대졸 이상의 남녀별 증가율을 보면 남자는 80년 대비 51·6%, 여자는 80년 대비 78·4%가 각각 늘었다.
그러나 졸업 인구를 보면 85년 현재 전문대졸 이상의 남자는 1백62만7천명, 여자는 70만1천명으로 아직 남자가 여자의 2배 이상 많다.
◇인천·서울·대구·부산·경기도의 순서로 타지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
인천은 63·5%, 서울은 59%, 대구는 58·1%, 부산은 56·4%, 경기도는 49·9%가 타지인들이다.
또 서울은 전국 각지에서 골고루 사람들이 유입되는데 부산은 경남·경북에서 유입된 인구가 전체 인구의 37·5%로 압도적이다.
◇타지로 빠져나가는 비율은 경북도 사람들이 가장 높고 제주도 사람들이 가장 낮다.
85년 현재 경북에서 태어난 총 4백96만2천명 중 47·4%인 2백35만4천명이 타지에 가서 살고 있다. 이 같은 「이향율」은 전국에서 최고로 이밖에 충북이 45·5%, 충남이 39·6%, 전북이 39·4%, 강원이 39·3%, 경남이38·8%, 전남이 35·3%등으로 역시 「이향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제주도 출신들은 전체의 83%가 그대로 고향에 눌러 앉아 살고 있고 17%만이 타지에 가서 살고 있다.
◇전남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가장 많다.
출생지와 거주지를 함께 놓고 볼 때 전남 출신으로 서울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99만6천4백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경남 출신으로 부산에서 사는 사람이 97만1백명으로 많았다.
반면 이동이 가장 적었던 것은 인천→전북으로, 인천 사람 중 전북에 가서 살고 있는 사람은 2천2백만명에 지나지 않았다.
◇전세보다 월세가 급속히 늘고 있다.
85년 현재 남의 집에 살고 있는 가구는 전체의 46·2%인데 이중 전세는 22·6%, 월세는 20%다.
지난 80년에는 전세가 23·8%, 월세가 15·3%였으므로 월세 선호 경향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집을 세 놓는 집주인들 중 목돈을 받아 굴리기보다는 다달이 일정한 수입을 얻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단간방 살림이 아직도 많다.
전체 가구의 32·6% (3백12만1천 가구)가 단간방 살림인데 이중 1백87만3천 가구는 가족수가 1∼3명이어서 별 문제가 없으나, 문제는 4인 가족 79만8천 가구, 5인 가족 32만1천 가구, 6인 가족 10만6천 가구가 단간방 살림이며, 7인 이상 가족의 단간방 살림도 2만3천가구나 된다.
한편 가구 당 평균 방수는 전국이 2·2개이며 이중 시급 이상에 사는 사람들은 가구 당 평균 2·1개, 시급 이하는 평균 2·4개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방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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