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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아르헨티나 빈민촌 아이들, 영화 만들 땐 모두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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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올라 상영회

[사진제공=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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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Hola)! 저희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한국 청소년이 질문을 건네자 지구 정반대편에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 청소년이 화상 통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화답한다. 지난 14일 저녁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열린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올라(Hola, 아르헨티나어로 '안녕') 상영회’에서다.

이번 상영회는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3기 참가자들과 아르헨티나 에스코바 3번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르헨티나 청소년들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으로 문화예술공동네트워크(ARCON)가 기획하고 '문화예술 놀다’(대표 김결)와 협력해 워크샵을 진행하게 됐다.

아르헨티나는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간의 시설과 수업질의 차이가 크며, 무엇보다 예술 교육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놀다 아르헨티나’는 3년 전부터 아르헨티나의 예술 교육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국공립학교를 선정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작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국 청소년이 함께 영화를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18컷, 일대다, 무성영화’ 등 공통의 조건을 두고 각각 영화를 제작해 서로의 작품을 공유했다. 서울에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비행기로 최소 25시간이 걸리는 물리적 거리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극복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치킨 한 상자를 두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백수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담은 ‘치킨전쟁’(김가영·문유진·한다정 연출), 관심 받고 싶은 청소년의 심리와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낸 ‘관심'(안나영 연출) 등 청소년의 문제의식과 재기발랄함을 엿볼 수 있는 5편의 한국 작품과 아르헨티나 청소년들이 제작한 ‘죠니야 착하게 굴어’(로페즈 마르틴 연출)를 만날 수 있었다.

3기 참가자들을 지도한 주영상 대표 강사는 러닝타임이 긴 영화 대신 18컷이라는 짧은 분량을 통해 아이들이 ‘우리의 삶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체험하길 바랐다.

“‘1318, 낭랑 18세’ 등 청소년을 상징하는 숫자여서 18컷으로 조건을 정한 것도 있어요. 컷이 적으니 아이들이 한 컷을 찍더라도 정성을 더 많이 쏟더라고요. 특히 이번에는 아르헨티나 친구들과 공통으로 작업하게 돼 무성영화를 만들기로 했어요. 대사나 자막 없이 시각만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을 개발해 보자는 뜻이었습니다. 형식 외에는 ‘일대다’라는 공통 주제를 통해 관계에 대한 의미는 물론 영화 제작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등장시키기 위해 논의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죠.”

[사진=양성훈·홍승연 TONG청소년기자]

[사진=양성훈·홍승연 TONG청소년기자]

이처럼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는 평소 영화에 관심을 지닌 청소년들이 전문적으로 영상 제작을 배울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관심’의 주인공을 맡아 아르헨티나 청소년들로부터 가장 인상 깊은 배우로 꼽힌 강진실(인천 신영고2) 학생은 교내 홍보 영상 제작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중 인터넷으로 촬영 기법을 조사하다가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를 알게 됐다.

“UCC를 만들면서 연기를 몇 번 해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어서 자신감도 없고, 부끄러웠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주인공으로서 영화의 한 부분이 돼서 좋았어요. 다음 2차 작품 역시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영화인 만큼 좋은 주제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치킨전쟁’을 기획한 문유진(광희중3) 학생은 “시각적으로 메시지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라며 "지난 8월 첫 회차 1박 2일 워크샵을 통해 영화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16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참가자들은 내년 2월까지 2차 영화 제작 워크샵을 통해 최종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놀다 아르헨티나’ 이주영 예술강사 인터뷰

[사진제공=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사진제공=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아르헨티나 청소년들이 제작한 영화

아르헨티나 청소년들이 제작한 영화 '죠니야 착하게 굴어'. [사진제공=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아르헨티나 학생들과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아르헨티나의 국공립학교들은 한국 학교들에 비해 시설이 열악합니다. 멀티미디어실이라고 하지만 낡은 장비를 갖추고 있거나 그마저도 없는 학교들이 더 많아요. 그래도 이번 학교에는 프로젝터를 갖춘 멀티미디어실이 있어 수업을 진행 할 수 있는 공간을 협조해주는 등 학교 측에서 저희 수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영화 제작 장비는 어떻게 마련했나요.
"영화 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들은 저희 ‘놀다 아르헨티나’에서 구비하고 있고, 아트드림 영화제작소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부족한 것은 없어요. 하지만 일단 촬영과 편집이 마무리된 뒤엔 아르헨티나 친구들이 영상 작업을 더 진행하고 싶어도 어려운 상황이죠. 기본적인 장비를 학교가 구비하고 있다면, 영상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여러 프로젝트를 해나갈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촬영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영화를 만들 당시, 로케이션을 위해 직접 빈민촌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차량이 부족해서 걸어갔어요. 걸어가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그 동네를 모르는 저희 강사들은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는 치안이 좋지 않은 동네도 많이 있거든요. 다행히 친구들이 잘 아는 곳으로 안내해주어 별다른 사고 없이 촬영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사진제공=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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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만드는 과정 또는 영화 자체가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길 바랐는지.
"아이들이 스스로를 주인공이라고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강사들은 아이들을 보조할 뿐이고,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서 자신들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어요. 이번에 아르헨티나에서 함께한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다보니 부모들이 바빠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영화수업에서 만큼은 한 명 한 명 모두 주목 받고, 주인공처럼 으쓱한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또한 영화 제작 자체가 팀워크를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 팀을 이루는데 집중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높은 수준의 영화를 만드는 것 보다는 영화 제작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이 더 컸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
"계속해서 아르헨티나 청소년과 영화 제작 수업을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시각과 경험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 때문에 아트드림 영화제작소와의 이번 공동 프로젝트가 더 의미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매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좋겠고요. 이번에 함께한 친구들 중에는 카메라맨이 되고 싶다거나, 연기에 관심이 생겼다는 등 구체적으로 꿈을 갖게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희 영화제작 수업이 아이들의 꿈을 더 구체화하고, 한발짝 가까이 다가가도록 힘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동행취재=양성훈·홍승연(서울영상고 2), 김영서·김지원·양은영·이효인(노은고 1) TONG청소년기자 서울영상고지부·노은고지부
글=김재영 프리랜서 기자 to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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