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0만 시대 카운트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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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살던 윤수인(35·여)씨는 17일 인천시민이 됐다. 윤씨는 “서울에서는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려니 가격이 만만찮았다”며 “직장도 가깝고 환경이 좋아 인천으로 이사를 왔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살던 서종희(37·여)씨도 1년 전에 서울을 벗어나 인천시민이 된 경우다. 그는 “서울은 전셋값이 너무 오르고 물량도 없어 고민하다 송도국제도시가 환경이 좋다고 해 아예 집을 사서 이사 왔다”고 말했다.

116명 부족, 이르면 오늘 돌파
서울·부산 이어 세 번째
출산율 전국평균 못 미치지만
전세난 탈서울, 신도시 효과
“기업 유치해 베드타운 막아야”

전세가 폭등 등을 피한 ‘탈서울’ 현상이 잇따르는 가운데 인천이 ‘인구 3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인천시는 17일 “외국인을 포함해 등록 기준 인구가 18~19일께 3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17일까지 집계된 인구는 299만9884명. 116명만 더 늘면 300만 명을 돌파한다. 최근 하루 전입 인구가 전출 인구보다 많은 데다 19일이 ‘손 없는 날’이라 300만 돌파는 시간문제다.

인천시의 인구 급증은 서울·부산·대구 등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들과는 아주 다른 양상이다.

예컨대 서울 인구는 지난 5월 말 28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부산과 대구도 인구가 줄어 9월에 각각 355만 명과 251만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인천과 경기도는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눈에 띄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인구는 지난 8월 말 처음 1300만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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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인천시 인구는 1979년 100만 시대를 처음 열었고, 13년 만인 92년 200만 명 시대를, 다시 24년 만인 올해 300만 명까지 증가했다.

전무수 인천시 자치행정과장은 “인천 인구는 99년 대구를 추월했고 지금 추세라면 2040년께 부산도 추월할 전망”이라며 “현재 인구 증감 추세를 보면 인천이 대한민국의 ‘마지막 300만 도시’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출산율 증가가 인천 인구 증가를 직접 견인하지는 않았다. 2015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자녀 수)은 1.24명이었는데 인천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1.22명이었다.

“인천, 인구 추세 봤을 때 마지막 300만 도시 될 수도”

직접적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무엇보다 송도·영종·청라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서울보다 저렴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었다. 2006년 아파트 단지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지역에만 25만8477명이 몰렸다. 국제업무기구와 외국계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외국인도 2000년 1만6552명에서 5만8552명으로 늘었다.

서울의 전세난 등을 피해 인천으로 이주한 이들이 급증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1860만원이다. 경기도는 1003만원, 인천은 841만원이다. 서울의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1273만원)로 인천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인천 송도의 21세기 부동산 정경호 대표는 “요즘 고객의 절반이 서울 등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떠난 13만7256명 중 1만1345명이 인천으로 이주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구 300만 명 돌파를 계기로 시민 삶의 질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시는 행정자치부에 각종 공문서에 표기되는 도시 순서를 ‘서울·부산·대구·인천’에서 ‘서울·부산·인천·대구’로 수정해 달라고 이미 요청했다. 최근에는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의미로 ‘올 웨이즈 인천(all ways Incheon)’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연적 인구 증가가 아닌 전세난민 등에 따른 사회적 인구 증가는 도시를 ‘베드타운’으로 만들 수 있으니 인천시는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앞으로 인천은 인근 부천을 흡수하고 강화군 등 농촌 지역을 경기도에 넘겨 500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수원=최모란·임명수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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