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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마다 예술작품, 시민 버스커…안양은 문화축제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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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광주·부산에서 차례로 비엔날레(격년제 국제미술제)가 개막한 9월에 이어 10월 15일 3년마다 열리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5(APAP 5)’가 막을 올렸다. 앞서 3개 비엔날레가 ‘불확실한 인류 미래에서 예술의 길’이라는 거대 담론을 주제로 내놨다면, APAP 5는 2005년 소박하면서도 내실 있게 시작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지난 11년 총화(總和)를 내세웠다. 안양(安養), ‘누구나 다시 태어나고 싶은 이상향’이라는 지명의 땅에 모여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역민들과 예술로 대화하겠다는 뜻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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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파빌리온’ 안에 최정화 작가가 설치한 도서관 겸 기록보관소 ‘무문관’을 주은지 예술감독(오른쪽)과 니콜라스 바움 뉴욕 ‘퍼블릭 아트 펀드’ 총감독이 살펴보고 있다. 거푸집에 쓰인 합판 등으로 만들었다.

“우리 전시기획팀의 제1과제는 안양에서 시간 보내기였어요.” 지난 14일 오전, 안양 예술공원로 김중업건축박물관에서 만난 주은지(46) 예술감독은 장혜진·박재용 큐레이터와 함께 “왜 안양은 공공예술에 투자하는가, 공공예술은 누가 보는가, 안양시민이 원하고 안양 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집중해 작가를 초대하고 작품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5 개막
주변 지형 닮은 쉼터, 유적 등 꾸며
정재왈 대표 “많이 와서 즐겨주길”

주 예술감독의 말처럼, 올 APAP 5에는 안양시민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박보나의 ‘패러다이스 시티’는 안양에 사는 아마추어 연주자 4명이 안양 곳곳에서 기타와 드럼과 건반을 치며 ‘극락정토’를 노래하는 영상작업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수상 팀인 ‘믹스라이스(조지은+양철모)’는 마석가구단지 이주 노동자들과 ‘21세기 공장의 불빛’을 제작했다. 2015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감독은 안양 삼성산과 예술공원을 무대로 남과 북을 모두 경험한 새터민 여성들을 인터뷰한 기록영화 ‘려행’을 선보였다. 예술공원로 일대 상점 20 곳에서는 안양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상인과 함께 하는 ‘상점 속 예술’이 진행된다.

기존 4회까지 설치된 대표 작품을 오늘 되살리는 협업 작업도 APAP 5만의 자랑거리다. 제1회 때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세운 건축물 ‘안양 파빌리온’ 내부에는 최정화 작가가 시민들과 협력해 이동 형 가벽 및 가구를 들여놓은 ‘무문관(無門關)’을 설치했다. 거푸집에 쓰인 합판과 시민이 기증한 자개장으로 구성한 대형 자료실이 도서관 및 기록보관소 구실을 한다. 크리스티나 김은 안양 주변 암석지형을 닮은 크고 작은 쿠션을 시민들과 함께 바느질해 관람객의 쉼터를 만들었다. 관악산 둘레길에 조성된 마이클 주의 ‘중간자(안양)’은 땅에 조성된 반구(半球)에 안테나를 접목한 살아있는 유적(遺跡)으로 매일 시민과 만난다.

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는 “다양한 갈래로 진화한 공공예술의 흐름을 선보이는 자리로 특히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으니 많이 와서 즐겨주시라”고 부탁했다.

행사는 12월 15일까지. 베트남 작가 얀보의 ‘플레이스케이프’, 덴마크 건축그룹 ‘수퍼플렉스’의 ‘APAP 웰컴센터’ 등 장기 건축 프로젝트는 내년 봄에 완공된다. 031-687-0933.

안양=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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