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육의 낙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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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1세기가 그리 멀지 않다. 불과 13년후면 우리는 새로운 세기를 맞게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세상이 대기하고 있을 것만같다. 과학의 놀라운 발전으로인해 여러 문제들이 파생되겠지만 그중에서도 미술은 걷잡을수 없는 의식의 변혁 속에서 존립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을성 싶다.
마치 19세기에 인상파 미술의 탄생을 가속화 시켰던것이 카메라의 발명이었던 것처럼 사색하는 로보트의 등장이 몰고올 미술가의 무용지물화, 이제까지 누려온 창조자로서의 특권을 로보트가 대행케 될날도 그리 멀고먼 것만은 아니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미술가가 실직되는 것이 아니라 로보트가 표현할수 없는 방향으로 미술의 표현세계는 일대 변혁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보면 21세기 미술의 향방은 예측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터이다.
이제 미술은 그 자체의 생존을 위해 21세기의 예비단계를 준비해야할 때인것 같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미술대학의 한 예를 들어본다.
커리큘럼은 시대변천과는 아주 무관한 채 고고하기만 하다. 어디 그것 뿐이랴. 미술대학 입시에 있어서 실기 출제 역시 예나 지금이나 천편일률적이다.
미술대학마다 그나름의 교육이념과 목표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해져야할 실기 출제와 평가가 공동채점이란 제도에 묶여 미술교육의 낙후 현상만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니 한심스럽기만 하다.
실기채점의 공동관리제도가 아주 공정하고, 또 객관성을 띠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 쉬우나 그것은 모든 미술대학의 개성을 말살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결과를 낳고 있다. 공동관리제도의 발상 자체가 오도된 일부여론의 산물이고 보면 교육의장래를 불신풍조가 멱살을 잡고 질질끌고다니는 현실에서 더이상 결단을 늦춰서도 안될것 같다.
21세기가 우리 미술계에 시사하는 바를 곰곰 새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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