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함께 쓸 땐「공생」이 상식|공유수로 이용… 국제관례를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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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 하나를 두 나라 이상이 공유할 경우, 상류 쪽 국가에서 수리학적으로 영향을 미칠 시설물을 건설할 때에는 이웃 이해당사국과의 협의와 양해를 얻는 것이 국제관례로 확립돼 있다.
위아래 논물을 대고 도랑물을 끌어쓰는 개인과 개인, 마을과 마을간에도 순리에 바 탕한 상호협조, 또는 상호합의를 하는 것이「공생의 상식」이다.
북한이 금강산수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이같은 국제관례와 공생의 상식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국제하천의 수자원이용문제로 빚어진 국제분쟁의 사례를 살펴본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금까지도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인도·방글라데시간의 갠지즈강 파라카(Farakka)댐 건설.
75년 4월 인도가 자국의 캘커타 지역의 홍수를 막고 흙모래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파라카 댐을 건설하자 하류에 위치한 방글라데시는 인도 측의 자의에 의한 수량조절에 따른 피해에 대해 항의, 두 나라는 77년「갠지즈 강 공동이용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물이 필요할 땐 함께 필요하고 필요가 없을 땐 역시 함께 필요 없게 되는 등의 사정으로『저수량의 80%를 하류에 흘려 보내 농사짓는데 어려움이 없게 한다』는 협정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두 나라의 불화는 심화되었으며 이와 관련, 7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28차에 걸쳐 문제해결을 위한 양국 합동 위를 개최해 왔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인도상류국가인 네팔에 12개 저수지를 건설해 수량과 강수조절 능력을 확보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네팔의 간여 없이 갠지즈 강과 방글라데시 내 브라마푸트라강 사이에 1백20km의 수로를 건설, 강수조절을 하자는 입장으로 맞서 이렇다 할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사례는 77년 남미의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 등 3국간 분쟁을 일으킨 파라나 강의 댐 건설.
73년 브라질이 파라과이와 양국 국경선에 있는 파라나 강 상류에 발전용량 1천2백60만km의 수력발전소건설에 착수한 뒤 77년 아르헨티나는 이곳서 2백50km 떨어진 곳에 새로운 댐건설을 하기로 한 것. 브라질의 이타이푸 댐 건설로 하류인 아르헨티나 강의 포구가 손상되고 급류로 범선들의 항해가 불가능해지는 반면 아르헨티나의 코르프스 댐 건설로 브라질 측 발전능력이 6분의1로 감소하고 브라질 영토가 침수되는 문제가 생겼다.
79년 10월 3국 외상회담 결과 ▲이타이푸 댐의 수 문을 조절하고 ▲코르푸스 댐의 높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했다.
1914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분쟁을 야기 시킨 로아르 강 발전소 건설-.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흘러드는 1천40km의 장강 로아르의 이탈리아 령에 이탈리아 측이 발전소를 건설함으로써 마찰이 빚어졌던 것.
프랑스 측은 이를 심판할 국제기구가 없었던 상황에서 이탈리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함으로써 피해액을 보상받았는데 당시 이탈리아법원은『한 나라의 수자원사용이 다른 나라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며 타국인 프랑스에 승소판결을 내렸었다.
강 아닌 호수의 이용도 국가간의 분쟁을 빚어냈다.
1957년 스페인 강으로 흐르는 수원지인 프랑스 영토 내 라우 호수에 프랑스 측이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자 스페인이 항의, 자국의 농사에 지장이 없는 조처를 취한 후에 건설할 것을 요구했다.
두 나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국제사법재판소가 중재에 나서게 됐고 결국 프랑스 측이 스페인 측에 피해보상보장을 함으로써 타결됐다.
그러나 이같은 수자원이용에 따른 분쟁은 전쟁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67년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이 용수로를 얻기 위해 요르단강을 막은 것이 촉발의 한 원인이 되었던 것이며 지금도 이 문제로 말썽이 되고 있다.
사막을 경작지로 만든 애스원 댐 건설도 이집트와 수단의 반목을 심화시켜 놓았다.
유럽의 라인강과 다뉴브강, 미국과 캐나다의 세인트 로런스 강, 인도지나의 메콩 강, 아프리카대륙의 니제르 강·콩고강·세네갈강등도 잘 알려진 국제하천들이다.
항행, 운송, 수력발전, 농공업용수 등 강의 이용을 놓고 많은 주변국가들간에 이런저런 잡음과 마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1800년대이래 확립돼 온 국제관례와 평범한「공생의 상식」에 입각, 상호 협의하고 조약을 맺어 가며 큰 무리 없이 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하천의 항행 자유를 일반규칙으로 인정한 1815년의 빈 조약 이후 발전과 진전을 거듭해 온 국제법·국제관례는『강은 한 개인, 한 국가가 마음대로 이용하는 자연물이 아니라 함께 이용하는 것』이라는 기본철학을 담고 있다. <고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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