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장 용돈 된 누리과정 예산…옷 사고 과태료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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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시행으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는 사립 유치원들이 공금을 쌈짓돈처럼 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공용물품 구입에 개인용품을 슬쩍 끼워 넣거나 수억원의 예산을 횡령하는 사건 등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사립 유치원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 16곳 감사…11곳서 부정사용

13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충북 지역 사립 유치원 1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정감사에서 유치원 예산을 개인 돈처럼 쓰거나 회계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11곳을 적발해 시정 조치 및 경고 처분했다. 충북교육청은 93곳의 사립 유치원에 올해 356억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각 지역 교육지원청은 사립 유치원 원생 1인당 월 29만원(교육비 22만원, 방과후 과정 지원비 7만원)을 지원한다.

감사 결과 A유치원 교사는 유치원 운영비로 운동복·비누·물티슈·베이비로션 등 공용물품을 구매하면서 의류와 화장품 등 개인용품을 함께 구입했다. B유치원의 경우 통학버스기사가 주정차 위반으로 5만원의 과태료를 물자 이를 유치원 운영비에서 냈다. 원칙대로라면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버스기사가 직접 내야 할 돈이다. C유치원 교사는 소규모 상점에서 1000~5000원의 학용품을 구매하면서 카드 결제가 안 되자 자신이 현금으로 지불한 뒤 이를 유치원에서 돌려받았다. 모두 사립 유치원이 지켜야 할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위반이다. 이 밖에 200여만원의 직원 퇴직금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퇴직적립금에서 지급해야 하지만 유치원 운영비에서 충당한 유치원도 적발됐다.

충북교육청 천순옥 청렴감사담당 사무관은 “업무추진비는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교직원 졸업선물, 퇴직교사 위로금 등 경조사비로 지출한 사례도 있었다”며 “공립 유치원과 달리 이들 사립 유치원은 회계를 불투명하게 집행하거나 담당자가 절차를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충북참여연대 오창근 국장은 “관리감독기관이 정기감사를 자주 하고 사립 유치원 원장과 교사·교직원에게 예산·회계 처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창원= 최종권·위성욱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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