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기술격차가 두렵다|소의 저지 속셈과 그 위력을 알아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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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장두성특파원】미소 정상회담을 파국으로 몬 전략방위계획 (SDI·속칭 별들의 전쟁) 을 지칭할 때 미국 언론들은 흔히 이것을 「레이건의 꿈」이라고 표현한다.
「레이건」미 대통령은 83년 3월23일 연설에서 이 새로운 무기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 우주광선이 개발되면 적이 발사한 핵탄두를 모조리 대기권 위에서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인류를 핵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는 천진스러울 정도로 낙관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발표가 있고 뒤이어 레이저 광선무기, 미립자 광선무기, 전자기 무기, 전자가속 총(rail gun)및 갖가지 추적 시설 등에 관한 기초연구 개발작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었다. 이 작업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소비될 예산은 2백60억 달러가 들것이라고 백악관 측 계획서에 밝혀져 있다. 이 예산은 첫 원자탄을 개발한 맨해턴 계획이나 인간을 달에 보낸 아폴로 계획을 능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계획은 아직 기초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5∼6년간은 SDI방어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연구에 머물러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연구가 성공되어 첫 SDI 무기를 실전 배치하는데는10년이 걸리고 SDI 방어망을 완벽하게 구축하는데는 2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DI를 「레이건의 꿈」이라고 부르는 미국언론의 근거는 이와 같은 불확실성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련의 「고르바초프」는 아직도 기초단계에 있는 SDI를 왜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는가? 그는 소련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지상 발사용 대륙간 탄도탄 (lCBM) 의 전면 해체까지 제의하면서 SDI 연구개발을 중단시키러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이유는 물론 소련이 새로운 무기 경쟁에 휘말려 국내 경제개발 계획을 포기하는 사태를 피하려는데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 말고도 SDI연구개발이 몰고 올 기술적 부산물이 미소간의 기술 격차를 더욱 더 벌어지게 만들어 전략 및 재래식 무기성능 면에서 미국이 소련을 압도할 전망을 소련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미국 측은 보고있다..
SDI 계획은 종국에 가서 군사 면에서의「레이건의 꿈」을 실현시키지 않더라도 재래식 무기와 상업용에 전용시킬 수 있는 방대한 기술을 부산물로 내어놓을 것이 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우주계획의 부산물로 컴퓨터 산업이 발달한 것과 같은 규모의「대 기술 혁명」이 SDI에서 나올 수 있다고 보고있다.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SDI 관계 계약을 체결한 대기업은 보잉, 로크웰 인터내셔널, 맥도널 더글러스, 록히드 등 22개 사나 된다. 미국정부는 SDI 계획에 대한 동맹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서구와 일본에도 참가 몫을 나누어 주고있다.
뉴욕 타임즈 지는 앞으로 SDI 개발계획에서 나오는 새 기술과 신소재를 통해 민간 기업에 회전될 유통규모가 5조 내지 20조 달러로 추산되는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하고 있다.
이와같은 엄청난 기술전망 .앞에서 미국의 군수 산업체들은 전투기·탱크·전함 등 지금까지 군수산업의 대종을 이루어온 무기들이 10년 안에 사양화한다는 계산을 하면서 SDI 쪽으로 연구 개발활동의 방향을 옮기고 있다.
미국 경제 우선 순위 연구소 (Economic Priority Council) 에 따르면 84년 현재 미국에서 SDI 계획에 종사하는 과학자와 기술자수는 5천명에 달하며 87년까지는 그 수가 1만8천 명이나 될 것이라고 한다.
이와같이 SDI 개발계획이 미국 산업계에 널리 확산하게 되면 언젠가는 산업계 자체의 추진력 때문에 미소 지도자 사이에 이무기 개발을 중단하기 위한 협상이 정치적으로 성숙하더라도 흥정을 할 수 없는 「부귀의 시점」 이 오게된다. 아직은 그 시점까지 오지는 않았으나 「레이건」 대통령이 퇴임하는 89년께 그 시점이 오도록 하기 위해 미국 내 SDI 지지세력은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게되면 다음 대통령이 설혹 SDI를 폐기하고 싶어도 폐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레이캬비크에서 SDl 폐기를 위해 많은 양보를 한「고르바초프」 의 의중에는 그린 계산이 분명 들어 있었을 것 같다.
SDI는 60년대이래 미국의 핵 억제 정책의 바탕이 되어온 대량 보복개념 (MAD) 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그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맥나마라」 의 머리에서 구상된 이 핵 억제개념은 소련의 선제 공격을 받은 후에도 소련 군사시설과 지휘 통제부를 파괴할 수 있는 양의 핵무기를 미국이 계속 보유할 수 있다면 소련이 감히 핵 선제공격을 해오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개념을 옹호하는 측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핵전쟁의 위협 없이 살아온 실적이 이 개념의 효능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은 미소가 서로의 국민과 재산을 볼모로 잡고있는 이 개념은 우선「부도덕」하고, 또 그 동안 기술발전으로 이 개념은 현실성이 없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를 죽이겠다는 위협으로, 즉 「공포의 균형」으로 불안한 평화를 유지해 나가기보다는 SDI라는 핵 방어 기술을 개발해서 서로가 사는 평화를 지향하는 것이 인류의 앞날을 위하는 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유토피아적 생각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마지막 프런티어인 우주 공간이 전쟁터로 화할 가능성은 더욱 명백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같은 비판에 대해「레이건」대통령은 미국이 SDI 기술을 완성시키면 소련에 이를 나누어주어 소련도 미국이 만든 핵무기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믿기 어려운 말을 거듭하고 있다.
SDI무기가 실현된다고 가정할 때 가장 위험한 시기는 현재의 MAD체제와 SDI체제가 서로 교체되는 20년 내지 30년의 과도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SDI무기 배치가 어느 선에 달하면 선제공격으로 적의 대륙간 탄도탄을 대부분 먼저 파괴한 후 적이 나머지 핵미사일로 반격 해 올 때 SDI로 이를 섬멸할 수 있는 단계가 반드시 온다.
이런 단계에 이르면 군사지도자들은 선제 공격을 가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더 위험한 것은 상대방이 그와 같은 미국 측 선제공격을 두려워해서 미리 선제공격을 하려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전략개념에서 오는 위험성외에도 기술면과 재정 면에서 오는 어려움 등 아직 SDI가 풀어야할 난제들은 산적해있다.
SDI가 완벽한 방어망을 구축하려면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우주전함 (50∼1백t짜리) 이 최소한 1백 척은 항상 우주에 떠있어야 된다고 SDI 옹호론 자들은 계산하고 있다. 반대파들은 2천 척은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척 당 제작비는 대개 10억 달러로 잡고 있다. 그 엄청난 예산을 미국국민들이 계속 부담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와같은 난제 때문에 국무성 측에서는 SDI를 단순한 협상카드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와인버거」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방성 쪽에서는 SDI를 우주무기로 끝까지 개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레이캬비크 예비 정상회담은 일단 결렬됐지만 소련 측이 SDl 폐기를 위해 전에 없이 큰 양보를 할 용의를 비친 이상 협상 카드로서 SDI의 위력은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SDI가 인류를 핵전쟁으로부터 보호할 것인지, 반대로 핵에 의한 멸종으로 휘몰아 갈 것인지 세계 전체가 중대한 관심사로 삼아야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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