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리예술100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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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공예는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예술작품이다. 그러나 현대공예의 일각에서 사용기능을 초월하여 관상의 목적만인 순수조형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유리공예의 현대작가들도 그릇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순수조형으로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고 보겠다.
「프랑스와·비고리」(1953∼)의 1984년도 작품인『상호 침투』는 유리공예라고 말하기 보다는 유리재료를 사용한 완전한 비구상조각품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비고리」의 작품형태를 이루는 미학의 저변이 현대조각의 조형언어와 상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 형태를 살펴보면 가로 19㎝·세로 11㎝·높이 71㎝의 사각기둥 형태로 되어있다.
그리고 마치 오랜 풍화작용 내지 어떤 강력한 외적 힘에 의한 충격으로 마멸된 계곡같은 음각형태, 아니면 어떤 물질의 침식작용의 흔적같은 요철이 사각기둥 상단부에서부터 나선형으로 외곽을 순회하며 흘러 내려 4분의1 지점에서 끝이 나고있다.
침식된듯한 부위의 모양은 상단부는 넓고, 내려오면서 차츰 좁아져 끝에서는 뾰족한 형태로 되어 있으며 흔적부분의 요철은 변화가심하고 윤곽선은 직선으로 되어 있어 매우 빠른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사각기둥은 광택을 낸 광학유리로 한점의 티도 없는 수정같은 느낌이 들며 침식된 듯한 음각 부위는 모래분출법을 시도하여 불투명의 우유빛 효과로 마감처리 했다.
멀리서 이 작품을 보고있노라면 비어 있는 우주공간에 우뚝선 하나의 기념비 같다.
아직 우리는 이해 못할 우주의 투명생명체, 또는 우주에너지 등이 존재하는 곳에 설치된 듯한 무한대의 공간감이 느껴지며 그 적요 속에서 미스테리와 더불은 현대인의 고독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정관모<조각가·성신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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