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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연하 연인에게 띄운 미테랑 편지 1218통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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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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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테랑

“사랑하는 나의 팽조, 당신과 함께 있을 때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안 팽조, 33년치 모아 책으로 출간

프랑수아 미테랑(1916~96년) 전 프랑스 대통령이 27세 어린 연인에게 보낸 러브레터에는 절절함이 가득했다. 미테랑이 비밀 연인 안 팽조(73)에게 33년간 보낸 편지 1218통이 『안에게 보낸 편지(Letters to Anne)』라는 책으로 13일 출간된다. 팽조가 그에게서 받은 편지들을 공개한 것이다.

두 사람은 미테랑이 46세, 팽조가 19살이던 1962년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이때 미테랑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 동지인 부인 다니엘 미테랑(2011년 사망)과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었다. 팽조는 미테랑의 혼외자녀 마자린(41)을 낳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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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비밀 연인 안 팽조(왼쪽)와 딸 마자린. [중앙포토]

첫 번째 편지는 62년 10월 19일 ‘안 팽조 양에게’라는 글귀로 시작한다. 미테랑은 소크라테스의 책 한 권을 함께 보내며 “이 작은 책이 (당신과 함께 보낸) 아름다웠던 여름을 간직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전해주는 메신저가 될 것”이라고 썼다. 64년 편지에는 “당신을 만난 후 위대한 여정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내가 어디를 가든 당신이 함께할 것”이라고 적었다. 80년에는 “숨어서 지내야 하는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편지는 그가 프랑스 첫 사회당 출신 대통령으로 집권했던 81~95년에도 이어졌다. 그는 95년 생을 마감하기 몇 달 전 편지에서 팽조에게 “내 삶이 끝날 때까지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적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세기의 스캔들은 96년 팽조가 미테랑의 장례식 때 딸 마자린과 함께 참석하면서 공개됐다. 프랑스 평단은 “편지들이 에로티시즘과 문학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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