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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업 국민의식] 中. 노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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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우리 국민은 노사문제가 심각하며, 노조 파업은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등 사측에 대한 불신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문제 시급히 해결 바라=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파업 47일간, 올해 노사분규 63일간을 겪으면서 순손실만 9백억원에 이른다"며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모든 기업이 당분간 파업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은 이번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먼저 "우리나라 노사문제가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해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응답자 대부분이 "심각한 수준(83.4%)"이라며 "당분간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82.3%)"고 했다.

또 정부의 노사 개입에 찬성하는 의견(65.4%)이 많아 노사문제는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시급히 해결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전무 산업환경팀장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최근 발표한 '세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적대적 노사관계' 부문의 경우 한국이 30개국 가운데 꼴찌"라며 "올 들어 두산중공업 사태와 철도파업.화물연대 집단행동 등이 잇따른 것이 국민의식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심각한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는 ▶기업주의 부당 노동행위(92.3%)▶노사 간 대화 부족(91.3%)▶강성노조(88.5%) 등을 꼽았다. 노사가 모두 문제라는 인식이다.

◆주 5일 근무제 등은 찬성='무노동 무임금'원칙에 대해선 62.2%가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주 5일 근무제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의견이 65.7%로 '반대'(34.3%)에 비해 두배 정도 높았다. 이 밖에 외국인 고용허가제에도 대다수(7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로자 대표의 경영참여에 대해 찬성(82.5%)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연령이 낮을수록 찬성 비율이 더 높았다. 10대(92.5%)와 20대(88.8%)는 90% 안팎인 반면 40대(79.2%)와 50.60대(74.0%)는 70% 정도에 그쳤다.

대한상의의 이현석 조사본부장은 "응답자들이 노사협의회 수준의 경영참여 등까지 포함한 생각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네덜란드식 경영참여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L그룹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노사문화가 성숙되지 않아 유럽식 경영참여는 부적합하다"며 "대립적 요소를 누그러뜨리는 정치.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K사 관계자도 "현재의 대립적 노사관계, 투쟁지향적 노동운동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의 경영 참여는 '노사공멸'을 가져올 것"이라며 "만약 근로자들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면 기업 경영의 현안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협의 수준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월급은 적다는 생각=우리나라 경제력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다는 의견이 58.9%에 달했다. 특히 10대(69.1%)와 20대(65.7%)에서 불만 비율이 높았다. 반면 40대(51.9%)와 50.60대(46.2%)는 상대적으로 불만이 적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수석연구위원은 "40대 이상의 경우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성장해 자신이 받는 현재의 월급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신세대들은 풍요롭게 커서 상대적인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워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시래.김광기.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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