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102] '첫째'와 '첫 번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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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 마음이 설렙니다. 찜통더위 속에 길고 긴 고속도로의 차량 행렬을 뚫고 드디어 피서지에 도착했습니다.

푸른 바다! 마음은 벌써 물속을 헤매지만 잠시 여유를 갖고 사진 한 장은 찍어야죠.

"자, 나란히 서세요. 저런, 왼쪽에서 다섯 번째 사람. 좀 웃어 보세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인용문 중 '왼쪽에서 다섯 번째 사람'은 자주 범하는 표현의 실수입니다.

사물의 순서를 나타낼 때 쓰는 '첫째.둘째.셋째…'와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등은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둘째…'는 사물의 차례나 등급을 나타낼 때 쓰입니다.

즉, 사람이나 물건이 나란히 열거돼 있을 때 셋째 줄의 둘째 책상, 오른쪽부터 셋째 사람 등으로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에서의 석차, 태어난 형제나 일의 순서, 책의 차례 등도 이 같은 표현을 할 수 있는 예입니다. '장한 둘째 아들' '언어학 개론 셋째 장(章)' '전교 첫째' 등.

이와 달리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는 연이어 계속해 반복되는 일의 횟수를 나타냅니다.

사용 예를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성남 일화와 울산 현대의 두 번째 축구 경기' '트랙을 세 번째 돌고 있는 황영조 선수' '미국을 네 번째 다녀오신 선생님' 등이 '번째'를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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