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유커 거르는 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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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최근 중국인 범죄가 잇따르자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가 나쁜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골라내기에 나섰다. 올해 10월7일까지 251만4000여 명의 유커가 찾은 제주도는 벌써 지난해 유커 223만7000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인들이 늘어나다 보니 입국이 거부된 유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7664명의 중국인이 제주에서 입국 거부된 바 있고,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입국 거부자가 8589명에 이른다. 중국 국경절 연휴인 10월1일부터 7일까지 제주를 찾은 유커는 6만4596명이었는데, 이 기간 제주에 오려다 거부당한 유커 수는 168명이다.

입국 거부 유형은 다양하다. 지난 3일 중국 난징(南京)에서 제주로 무사증 입국하려던 중국인 왕모(36) 등 4명은 무단이탈에 이은 불법체류가 우려돼 입국이 금지됐다. 이들은 5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찾았으나 3명은 10월 7일 김해공항 항공권을, 1명은 같은 날 김포공항 항공권을 예약하는 등 제주지역을 이탈하려 한 정황이 포착돼 입국거부 당했다.

과거 불법체류하다 강제 퇴거 된 전력이 있어 입국 거부된 사례도 있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제주로 무사증 입국을 시도한 유모(52)는 지난 2008년 위조한 여권을 가지고 제주에 불법체류하다 강제 출국 된 전력이 있어 안면정보 검색(사진 분석)에 걸려 강제 출국 됐다.

지인의 정보로 만든 여권으로 체류하다 강제출국 당했던 전력이 있어 걸러진 사례도 있다. 지난 2일 중국 북경에서 제주로 무사증 입국을 시도한 진모(70·여)는 2005년 한국인과 혼인 후 체류하다 체류기간(2008년)이 만료됐지만 2012년까지 불법체류를 이어가다 지인의 어머니인 주모(62) 명의를 도용한 여권을 사용한 점이 발각돼 출국한 바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02년부터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 30일간 비자 면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들에 의한 폭력·살인 사건 등의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는 점 때문에 무비자 제도를 손보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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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 매체인 신경보(新京報)와 펑파이(澎湃) 등은 9일 “최근 중국인 무비자 지역인 제주에서 입국 거부사태로 100여 명이 넘는 자국민이 제주공항에서 구류됐다” 보도했다. 신경보 등은 이들 관광객은 제주국제공항 입국심사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된 뒤 공항 내 좁은 제한구역 안에서 길게는 5일간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강영우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행정팀장은 “제주는 중국인 비자 면제 지역이지만 제주에 들어오는 중국인은 유효한 여권과 여행일정, 숙박지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하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며 “불편을 느꼈다는 일부 중국인들은 태풍 등 기상악화와 중국 국경절 성수기에 따른 항공권 확보가 여의치 못해 부득이 장시간을 공항에서 보냈다. 여건이 되는 한 항공사운영위원회와 협의해 당일 출국할 수 있게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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