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정국 타개 위한 다목적 포석-「헌특활동 중단」 결정한 야권 3자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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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9일 있은 야권3군의 『헌특 중단과 장기집권 음모 분쇄투쟁』이란 선언은 외양상으로는 정부·여당에 대한 『일전부사』의 선전포고와 같은 성격이지만 실은 헌특을 정상화 할 경우에 따른 책임을 서로 회피하고 공청회의 TV중계방식이란 지엽적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개헌정국의 새로운 돌파구 모색을 위한 전 단계 포석이란 인상이 강하다.
헌특 정상화가 재야의 비난 대상이 되고 정상화 후의 결과에 대해 누구도 자신있게 장담을 못하는 이상 정상화를·추진하는데는 위험부담과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정상화에 적극적이었던 이민우 총재와 상도동계가 동교동계의 동참을 요구한 반면 동교동 측에서는 소극적 반대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정상화에 따라간다는 속셈이었던 것 같다.
이날의 3자 회동에서는 동교동측의 이런 반대입장에 대해 상도동측이 한술 더뜬 강경론으로 동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헌특중단의 1차적 원인은 동교동측에 돌아간 셈이 됐다.
이처럼 야권 내부의 책임회피와 주도권다툼 등이 중계방식에 대한의견접근으로 타결 한걸음 전까지 이른 헌특 정상화를 다시 무산시킨 것이다.
헌특중단 결정은 상도동계를 중심으로한 협상파의 구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며 이들이 그동안 대여절충·당내이견조정작업을 활발히 벌여오는 과정에서 팽배해있던 타협분위기를 뒤엎은 것으로 앞으로 정국은 한동안 급속도로 냉각되어질 것이 틀림없다.
사실 상도동계의 헌특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활발했으며 동교동계의 반대는 그 강도가 그리 강한 것이 아니어서 3자의 조찬회동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주변에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이날의 강경급선회 결정은 예상을 뒤엎는 사태로 여야 모두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김영삼 고문이 헌특정상화에 연연한데는 헌특이 결실은커녕 논의조차 못해본 단계에서 무산돼버릴 경우 『헌특은 해봤자 아무소용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동교동측의 냉소적 평가와 그에 따른 주도권상실을 우려한데서 나온 계산도 작용했으리란 분석이다.
또 불투명한 10월 정국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스스로 설정한 헌특 1차시한인 「9월말」을 부담 없이 넘기기 외해서도 헌특을 일단 정상 가동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김대중씨는 시종 『개헌문제의 핵심은 권력구조문제이며 이는 헌특에서 결론지어질 성질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의 직선제 결단에 의해서나 아니면 여야 실력자끼리의 실세대화에 의해서만 풀 수 있다』고 주장 해 왔다.
아울러 동교동쪽은 △상도동쪽과의 이견을 보이지 않기 위해 헌특에는 응한다 △일단 동의하여 구성한 만큼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힘으로써 헌특에서 성과가 없을 때의 책임한계를 분명히 해두었다.
여기에 9월말 시한과 관련, 이 총재는 「당의 운명을 건 중대한 결심」을, 김 고문은 「범국민 집권연장분쇄 투쟁」을 공약함으로써 김대중씨로선 『공약준수』를 추궁 할 수 있는 좋은 무기까지 덤으로 생긴 셈이다.
「9월말 시한」은 김 고문이 헌특을 구성 할 때 김대중씨가 그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내건 담보물이었다.
이 총재와 김 고문이 공언한 『시한이후의 중대결심』이란 발언은 시한이전에 어떤 진전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된 셈이다. 이러한 발언이 오히려 발목을 잡힌 결과가 돼버린 것이다. 이들은 민정당측의 「생방송과 다름없는 녹화중계」라는 새 중재 안은 공정 보도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 것이라고 판단, 적극 수용 할 뜻을 개진했으나 동교동측이 『9월말 이후의 대국민공약은 어쩔 셈이냐』고 발목을 잡고 나오자 분위기는 초강경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동교동측은 상도동족에 9월말시한에 대한 책임을 상기시켜놓고 상도동쪽이 계속 헌특정상화쪽으로 강행할 경우 반대입장 표명 속에 마지못한 동의의 형식을 취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영삼씨측은 동교동측으로부터 책임추궁과 무리한 주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유의 강경 카드로 오히려 역공을 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고문의 이와 같이 강경선회의 배경에는 그동안 다소 소강상태에 빠져있는 정국분위기에서 새로운 전기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도 깔린 것으로 보여진다.
김 고문은 『오늘의 결정은 원외투쟁을 범행하겠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해 강력한 장외투쟁을 표명했다.
신민당이 이 같은 강경 방침에 따라 원내외 투쟁을 전개하게되면 정기국회는 불가피하게 파란이 예상된다..
또 그동안 유보해둔 인천과 춘천에서의 개헌추진대회 같은 것을 시도해보고 더 나아가 서울지역에서의 군중집회 등도 압력수단으로 동원 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정기국회를 포기하지 않은점 △헌특포기나 철수가 아닌 「중단」이라고 발표한 점△당내 많은 의원들이 파국을 우려하고 있는 점등에서 이번 결정이 아직은 「최종 결정」이라기 보다는 「성의있는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선언적 또는 엄포성 의미도 많은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즉 서울단합대회와 같은 「마지막 수단」을 동원 할 경우 신민당측도 엄청난 부담을 지게될 위험성이 있고 당내에서 헌특정상화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 특히 헌특에 대한 일반국민의 기대 등을 생각하면 이 같은 강경선회는 자칫 3자가 책임회피를 한다는 등의 비판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은 신민당 내외에서도 예상하고있는 것이어서 결국「헌특활동중단」의 강경선회는 전략적으로 1차 시한을 넘기기 위한 시간 벌기와 공청회 문제로 지지부진한 헌특자체를 새로운 단계의 본질 논의로 진인시키기 위한 작전변화의 실마리로 해석 할 수도 있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헌특을 주로 야권내부의 알력 때문에 이처럼 흔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외부의 비판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론이 큰 형편이다. <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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