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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88만원 세대 그후 10년, 청년들의 삶은 달라졌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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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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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
360쪽, 1만6000원

2007년 『88만원 세대』에서 이 땅의 청년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들춰냈던 저자가 1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을 다시 조망한다. 불행하게도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기만 했다. 경제상황을 숲 생태학에 비유하는 저자에 따르면 현재 상황은 키 큰 나무들이 온통 하늘을 덮는 ‘극상(極相)’이 갈수록 심해져 키 작은 식물들은 움조차 틔울 수 없는 상태다. 비정규직과 파견직 확대를 추진하는 ‘노동개혁’으로 “이명박 정부가 청년 중에서도 상층부에 네이팜탄과 고엽제를 투척한 것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중간 및 하부층에 원폭 투하를 준비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제도적 개입이 없다면 “파편적인 일을 하면서 저소득으로 내몰리는 것이 한국 청년들이 마주하게 될 경제적 운명”이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 해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커플이 한 달에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최대 416만원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정규직이 되기는커녕 아르바이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지도 불분명할 그 커플이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극상에 이른 군락이 새로운 천이(遷移)를 맞아 모든 개체가 빛을 얻을 수 있는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려면 산불(최소한 간벌이라도) 같은 계기가 필요하다. 그러한 조치를 통해 아르바이트 연인들이 결혼과 출산 같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가야 할 우리의 미래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에너지와 농업 등에 더 많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게 하고, 그렇게 고용을 늘리는 데 돈을 쓰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청년을 위한 투자”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훈범 논설위원 lee.hoonbe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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