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역사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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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 세기 주름 잡던
숨결 아직 훈훈한데
그 날의 메아리가
흐느끼며 돌아와서
이슬에 젖은 미명 속
골기와를 흔든다.
옥새도 이 강산도
치마폭에 싸 담고서
거치른 탁류속을
가려 딛던 징검돌을
그나마 무너져내린
하늘이 와 때리고.
한 고비 넘겨 놓면
또 한 고비 다가드는
기워보고 이어보고
두들겨 맞춰보다
끝내는 혈육의 정도
단장의 피 쏟았느니.
덮쳐 온 이리떼들
날 선 발톱 몸소 막다
그 눈에서 뿜은 불꽃
불을 맞고 가시던 날
흩뿌린 백성의 눈물은
삼십육년 앓았어라.
오늘은 임의 하늘
구름 걷는 솔바람이
아련히 향을 사르어
여기 와 국궁하고
햇볕도 한데 어울려
꽃 한 송이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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