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활동 중 숨진 소방관 아들을 본 아버지가 남긴 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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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hanggeunp` 인스타그램]

큰 피해를 준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몰아닥친 지난 5일 인명구조에 나섰다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된 울산 온산소방서 강기봉(29) 소방사가 하루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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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온산119안전센터에 “고립된 차 안에 사람이 두 명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주민을 구출하기 위해 강 소방사는 선임 2명과 구급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주민들은 이미 대피한 뒤라 소방사 일행이 차로 돌아가던 도중에 사고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불어난 강물은 소방사 일행을 덥쳤고 강 소방사와 남모 센터장은 전봇대를, 다른 소방관은 도로변의 농기구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급류에 휩쓸렸고 남 센터장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강 소방사는 실종됐다.

울산시소방본부는 강 소방사가 실종된 직후부터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 경찰, 해경 등 500여명과 헬기까지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거센 물살로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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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강씨는 6일 오전 11시 10분경, 실종 지점에서 3km 떨어진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회야강변 덕망교 하류 15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강 소방사는 제주에서 태어나 간호학을 전공했고 소방관으로 평생을 시민을 위해 힘쓴 아버지를 본받아 대를 이어 소방공무원이 됐다고 알려졌다. 강 소방사는 아버지가 퇴직한 이듬해인 2015년 4월 신규 소방관으로 임용됐다.

강소방사의 아버지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아들을 보고 "그래도 119면 당연히 남을 구하러 다니는게 직업이니까.."라고 슬픔을 삼키며 말했다.

또한 아버지는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를 보며 "빠져나올 수도 있었는데.."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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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훈 인턴기자 moon.s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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